元曲/贯云石 9

쌍조·청강인(双调·清江引), 석별

湘云楚雨归路杳,总是伤怀抱。江声搅暮涛,树影留残照,兰舟把愁都载了。若还与他相见时,道个真传示。不是不修书,不是无才思,绕清江买不得天样纸。 상의 구름과 초의 비1), 돌아가는 길 까마득한데 내내 아픈 마음 가득하였네 저녁 파도가 강물 휘젓는 소리 생생하고 나무 그늘에 석양 빛이 머무를 때 돛단배는 서글픔을 가득 싣고 가네 혹시 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될 때 내 소식 꼭 좀 전해 주렴 편지 쓰기 싫은 것도 아니고 글이 생각나지 않음도 아니라 푸른 강을 다 헤매도 하늘만큼 큰 종이를 찾지 못함이라 1) 우산(巫山)의 신녀가 초왕(楚王)과 밀회를 나눈 뒤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겠다.(幽会后,曾言其“旦为朝云,暮为行雨。)”라고 한 고사의 인용. 부부간의 만남을 의미.

元曲/贯云石 2023.08.24

쌍조·청강인(双调·清江引), 입춘

金钗影摇春燕斜,木杪生春叶。水塘春始波,火候春初热。土牛儿载将春到也⑤。 금비녀 어른거리는 머리엔 춘연(春燕)1) 비스듬하고 나뭇가지 끝에선 봄 잎이 돋는다 연못은 봄을 맞아 물결이 일고 기온이 오름은 봄이 시작됨이라 흙소(土牛)2)가 나오니 정녕 봄이 왔구나 1) 입춘이 되면 부녀자들이 색종이로 제비 모양 장식을 만들어서 금비녀와 함께 머리에 꽂고 나들이를 하였음. 2) 입춘 전날에 흙으로 소를 빚어 만들고 지방관이 제사를 지내 봄갈이 시작할 때가 되었음을 고하였음. ▶ 이 곡은 관운석이 연회에 참석하여 지음. 마침 입춘이었으므로 오행에 해당하는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를 머리글자로 하고 매 구 춘(春)자를 넣음.

元曲/贯云石 2023.08.23

쌍조·청강인(双调·清江引), 공명을 다툼은

竞功名有如车下坡,惊险谁参破。昨日玉堂臣,今日遭残祸。争如我避风波走在安乐窝。 공명을 다툼은 내리막길로 수레를 달리는 것이라 누가 그 위태로움을 깨달았는가 어제 한림원(翰林院)의 대신이었던 이가 오늘 재앙을 당하게 되니1) 내가 풍파를 피해 안락와(安乐窝)2)에서 지냄만 못하네 1) 관운석의 할아버지 아리해애(阿里海涯)는 송나라를 평정하고 중국을 통일한 공신이었으나 1286년 고위직에 임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해를 당해 자살하게 됨. 관운석과 같이 조정에 입각한 권신 철출질아(铁术迭儿)는 권한을 이용하여 적지 않은 무고한 관원들을 살해함. 2) 송나라 때 소옹(邵雍)은 허난 쑤먼산(苏门山)에 은거하며 그의 거처를 안락와(安乐窝)라고 칭함. 이후 안락와가 유유자적하는 은둔생활을 의미하게 됨. ▶ 관운석이 항저..

元曲/贯云石 2023.08.22

쌍조·청강인(双调·清江引), 보잘 것 없는 명성 던지고 은둔하다

弃微名去来心快哉,一笑白云外。知音三五人,痛饮何妨碍。醉袍袖舞嫌天地窄。 보잘것없는 명성 던지고 은둔하니 마음이 통쾌해져 한바탕 웃음소리 흰 구름 너머까지 울려 퍼지네 네댓 명 친구들 모여 거리끼는 것 하나 없이 마음껏 마시면서 취하여 도포자락 펄럭이며 춤을 추니 천지 좁은 것이 아쉽구나 ▶ 관운석은 한림학사에 재직하고 있는 동안 조정에서 벌어지는 험악한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낌. 1314년(인종 연우仁宗延祐 원년)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항저우로 갔을 때의 작품.

元曲/贯云石 2023.08.21

쌍조·전전환(双调·殿前欢), 초 회왕(楚怀王)

楚怀王,忠臣跳入汨罗江。《离骚》读罢空惆怅,日月同光。伤心来笑一场,笑你个三闾强,为甚不身心放。沧浪污你,你污沧浪。 초 회왕(楚怀王)이여 충신으로 하여금 미뤄강(汨罗江)에 뛰어들게 하였구나 이소(离骚)1)를 읽고 공연히 침울해지니 해와 달처럼 빛나는 사람이었네 상심한 끝에 한바탕 웃게 됨은 그대 삼려(三闾)2)의 고집 때문이라 어찌하여 심신을 내려놓지 못했나 푸른 물이 그대를 더럽힌 거냐 그대가 푸른 물을 더럽힌 거냐 1) 굴원의 대표작. 중국 문학사에서 첫 번째 장편 시 2) 굴원은 삼려대부(三闾大夫)를 역임함. ▶ 원나라 때의 문인들은 도연명을 흠모하고 굴원은 그다지 평가하지 않음. 이는 국정의 혼란과 문학적인 암흑기가 길어지면서 모두가 굴원처럼 투신할 수 없다는 자괴감 때문이었음. 관운석은 귀족 집안 출신으로..

元曲/贯云石 2023.08.20

쌍조·전전환(双调·殿前欢), 상쾌하고 좋구나

畅幽哉,春风无处不楼台。一时怀抱俱无奈,总对天开。 就渊明归去来,怕鹤怨山禽怪,问甚功名在。酸斋是我,我是酸斋。 정말 상쾌하고 좋구나 누각 위 봄바람 불지 않는 곳 없네 한때 품었던 포부 다 부질없으니 결국 하늘에 하소연하게 되네 도연명 따라서 돌아가리 두려운 것은 학이 원망하고 산짐승이 괴이해하며 도대체 공명은 어디 있는지 물을까 함이라 산재(酸斋)1)는 나요 나는 산재로다 1) 산재는 관운석의 호. ▶ 인종(仁宗) 때 관운석은 한림시독학사(翰林侍读学士), 중봉대부(中奉大夫) 및 지제고동수국사(知制诰同修国史)로 임명됨. 당시 원나라에는 과거제도가 복원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는 일련의 과거제도를 회복하는 조치를 입안하였으나 인종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층의 미움만 사게 됨. 관운석은 미련 없이 관직에서 사퇴..

元曲/贯云石 2023.08.19

중려·홍수혁(中吕·红绣鞋)

挨着靠着云窗同坐,偎着抱着月枕双歌,听着数着愁着怕着早四更过。四更过情未足,情未足夜如梭。天哪,更闰一更儿妨甚么。 구름 창문에 가까이 바짝 다가앉아 다정히 기대었다 껴안았다 초승달 베개 베고 흥얼거리다 가만히 듣다 하나하나 세다 걱정하다 두려워하다 벌써 사경이 지나 날은 새려는데 정분 나눔은 부족하네 정분 나눔은 부족한데 밤은 베틀 북처럼 흘러가네 하늘이시여 경(更)을 일 경만 더해 주면 어디 덧나나요

元曲/贯云石 2023.08.17

정궁·새홍추(正宫·塞鸿秋), 대신 쓴 글

战西风几点宾鸿至,感起我南朝千古伤心事。展花笺欲写几句知心事,空教我停霜毫半晌无才思。往常得兴时,一扫无瑕疵。今日个病厌厌,刚写下两个相思字。 서풍을 맞아 몇 마리 기러기 손님이 찾아와 남조(南朝)1) 이래 가슴 아픈 일을 생각나게 하네 예쁜 편지지 펼치고 몇 자 마음에 있는 말 적으려 하였으나 허무하여라 반나절 붓을 쥐고 있어도 글귀가 떠오르지 않네 왕년에 한창 감성이 넘칠 때에는 한 번에 휘갈겨 써도 하자가 없었거늘 요즘은 비실비실하여 상사(相思) 두 글자만 억지로 썼네 1) 중국 역사상 송(宋), 제(齐), 양(梁), 진(陈)의 4개 왕조. 모두 졘캉(建康, 지금의 난징南京)을 도읍으로 하였음. ▶ 시나 문장에서 대작(代作)이라고 하면 대개 윗사람이나 친구의 부탁을 받아 대신 쓰는 것이나 산곡에서는 문인들이 여인..

元曲/贯云石 2023.08.17

쌍조·수선자(双调·水仙子), 시골집

绿阴茅屋两三间,院后溪流门外山。山桃野杏开无限,怕春光虚过眼,得浮生半日清闲。邀邻翁为伴,使家僮过盏,直吃的老瓦盆干。 满林红叶乱翩翩,醉尽秋霜锦树残,苍苔静拂题诗看。酒微温石鼎寒,瓦杯深洗尽愁烦,衣宽解,事不关,直吃得老瓦盆干。 푸른 나무 그늘을 드리우는 두세 칸 오두막집 정원 뒤로 계곡물이 흐르고 문밖에는 산이 보인다 산에는 복숭아꽃 들에는 살구꽃 끝이 없는데 봄 경치 덧없이 지나갈까 두려워 어수선한 인생살이 중 반나절 한가함을 얻어 옆집 노인네 불러서 벗하며 종 아이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낡은 질그릇을 단숨에 비웠네 숲 가득히 나풀거리는 붉은 나뭇잎 지나치게 취한 걸까 가을 서리 맞아 비단 같은 나무에서 떨어지며 푸른 이끼 살짝 건드리는 모습 한편 시가 따로 없다 미지근한 돌 난로 위 덜 데워진 술로 질그릇 가득히 채워 ..

元曲/贯云石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