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秦观 13

如梦令·遥夜沉沉如水(여몽령, 고요한 밤)

遥夜沉沉如水, 风紧驿亭深闭。梦破鼠窥灯, 霜送晓寒侵被。无寐, 无寐, 门外马嘶人起。 밤은 깊어 고요한 물 같고 거센 바람에 역참 문 꼭꼭 잠갔네. 꿈에서 깨어보니 쥐 한 마리 등잔불을 엿보고* 서릿발은 이불 안으로 새벽 추위를 밀어 넣는구나.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던 중 문밖에는 말 울음, 떠날 준비하는 소리로다. 1) 굶주린 쥐가 등잔 안의 콩기름을 노리고 있는 모습. ▶ 철종 소성 3년(1096년) 늦은 가을, 진관이 추저우(处州)에서 천양(郴阳)으로 다시 귀양가는 길에 지은 사.

江城子·西城杨柳弄春柔(강성자, 성 서쪽 버드나무)

西城杨柳弄春柔。 动离忧, 泪难收。犹记多情, 曾为系归舟。碧野朱桥当日事, 人不见, 水空流。 韶华不为少年留。 恨悠悠, 几时休。飞絮落花时候, 一登楼。便做春江都是泪, 流不尽, 许多愁。 살랑살랑 봄바람 성 서쪽 버드나무를 희롱하네*. 헤어지며 가슴 아팠던 일이 다시 떠올라 흐르는 눈물 참을 길 없네. 타고 온 작은 배, 같이 묶어 주던 그녀 서로 사랑했던 순간들 아직도 생생하네. 우리 헤어졌던 푸른 들 붉은 다리 그대는 보이지 않고 강물만 외로이 흐르는구나. 꽃 같은 청춘, 소년을 기다려주지 않네. 끝이 없는 이별의 슬픔 멈추는 때 언제인가. 버들 솜 날리고 꽃 떨어질 때 누각에 올랐었네. 봄날 강물이 모두 눈물로 변해 하염없이 흘러가니 서글픈 마음 한이 없구나. 1) 봄은 동쪽에서 오므로 시기가 늦봄이라는 것을 ..

鹊桥仙·纤云弄巧(작교선, 섬세한 구름들 신묘한 조화)

纤云弄巧, 飞星传恨, 银汉迢迢暗渡。金凤玉露一相逢, 便胜却人间无数。 柔情似水, 佳期如梦, 忍顾鹊桥归路。两情若是久长时, 又岂在朝朝暮暮! 섬세한 구름들 신묘한 조화를 부리고 흐르는 별들이 그리움을 전하는 밤 남 몰래 아득한 은하수를 건넌다네. 가을바람 하얀 이슬 칠석날 한번 만남 인간 세상 무수한 인연을 능가하도다. 애틋한 정은 물 같은데 아쉬운 만남은 꿈만 같아 오작교 건너 돌아가는 길 돌아보지 않고 어쩌랴. 서로의 사랑 영원히 변치 않으니 매일 아침저녁 만남에 비할 바 아니네. ▶ 진관은 평생 곳곳을 다니면서 많은 여인과 로맨스를 만들었는데 이 사의 배경에 대해서도 그가 사랑했던 여인의 수만큼의 설이 있음. 첫째, 철종 소성 3년(1096년) 봄에 진관은 졘추저우주세(监处州酒税)에서 관직을 박탈당하고 천저..

如梦令·春景(여몽령, 봄 풍경)

门外绿荫千顷, 两两黄鹂相应。睡起不胜情, 行到碧梧金井。人静, 人静, 风弄一枝花影。 문밖에는 녹음이 넓은 땅에 드리우고 쌍쌍이 꾀꼬리는 마주 보며 지저귀네. 잠에서 깨니 적막함 견딜 수 없어 벽오동 아래 금 우물(金井)*로 갔었네. 인적은 없고 쥐 죽은 듯 조용한데 불어온 바람이 가지 위 꽃 그림자를 희롱하는구나. 1) 고대 궁궐의 정원에 금색 장식의 난간을 세운 우물을 금 우물(金井)이라고 하였음. ▶ 이 사의 작자는 조주(曹组)라는 설과 진관이라는 설이 양립함. 후당의 장종(庄宗) 이존욱(李存勖)이 창작한 사. 처음 제목이 '이선자(忆仙姿)'였으나 제목명이 고상하지 않다고 하여 구절 중 "꿈같구나, 꿈같아(如梦、如梦)"라는 부분을 빌어 소식이 '여몽령'이라고 개명함. 이청조와 여성교가 대표적인 작가임.

鹧鸪天·枝上流莺和泪闻(자고천, 가지 위에서 꾀꼬리 울어)

枝上流莺和泪闻,新啼痕间旧啼痕。一春鱼鸟无消息,千里关山劳梦魂。 无一语,对芳尊。安排肠断到黄昏。甫能炙得灯儿了,雨打梨花深闭门。 가지 위 꾀꼬리 울음에 일어나 눈물 흘리니 새 눈물 자국 사이사이 옛 눈물 자국 남아 있네. 봄이 되어도 소식 전해 주는 물고기, 새가 없어 꿈결 영혼이 일천리 변방을 찾아 떠났거늘. 아무 말도 못 하고서 예쁜 술잔만 바라보았네. 해질 때까지 종일 찢어지는 가슴 달래었는데 불 켜 두었던 등잔 어느새 기름이 다하였는가 굳게 닫힌 문밖으로 배꽃에 비 때리는 소리. ▶ 이 사는 규중 여인이 멀리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함. 작자는 진관 또는 이청조(李清照), 무명씨라고 하는 등 설이 분분함.

阮郎归·湘天风雨破寒初(완랑귀, 샹강의 비바람)

湘天风雨破寒初, 深沉庭院虚。丽谯吹罢小单于, 迢迢清夜徂。 乡梦断,旅魂孤。 峥嵘岁又除。衡阳犹有雁传书, 郴阳和雁无。 샹강(湘江)에 비바람 불어 추위 물러갔건만 적막한 정원은 휑뎅그렁하기 그지없어라. 성문 망루에서 '소찬우(小单于)*' 부는 소리 고요한 밤 길고 긴 밤도 다하여 가네. 고향 꿈에서 깨니 나그네 고독한 마음. 험난한 세월 지나고 또다시 섣달 그믐밤. 헝양(衡阳)에는 편지 전해주는 기러기도 있다던데* 천양(郴阳)에서는 기러기 그림자도 찾을 수 없네*. 1) 당나라 때 악곡 명. 곡조가 매우 처량하였으며 군악으로 자주 연주됨. 2) 헝양에 후이옌봉(回雁峰)이 있어 기러기가 여기까지 날아왔다 북으로 되돌아간다고 함. 3) 천양은 헝양의 남쪽에 있어 겨울에도 기러기가 날아오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 ▶ 철..

浣溪沙·漠漠轻寒上小楼(완계사, 싸늘한 봄기운)

漠漠轻寒上小楼,晓阴无赖似穷秋。淡烟流水画屏幽。 自在飞花轻似梦,无边丝雨细如愁。宝帘闲挂小银钩。 싸늘한 봄기운이 작은 정자를 뒤덮고 어두운 새벽 깊은 가을같이 무료한데 병풍에는 안개 옅고 물이 졸졸 흐르네. 흩날리는 꽃잎들 꿈결인 듯하고 끝이 없는 가랑비는 나의 설움이라. 하는 수없이 주렴을 은고리에 걷어올렸네. ▶ 상춘(伤春)은 고대 시의 주요한 주제로 변화하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 가운데 생명, 애정, 아름다움의 무상함에 대한 비애를 담고 있음. 진관은 일찍부터 재기가 출중하였으나 신구 당쟁으로 타격을 입고 남쪽 멀리 귀양을 가야 했음. 그의 굴곡 많은 인생으로 인한 우수와 비감이 이 사에서 잘 나타나 있음.

踏莎行·郴州旅舍(답사행, 천저우 여관에서)

雾失楼台,月迷津渡,桃源望断无寻处。可堪孤馆闭春寒,杜鹃声里斜阳暮。 驿寄梅花,鱼传尺素,砌成此恨无重数。郴江幸自绕郴山,为谁流下潇湘去? 자욱한 안갯속 누각 찾기 어렵고 어렴풋 달빛에 나루터도 오리무중이라 아무리 바라보아도 도화원(桃花源)은 보이지 않네. 외로운 객관, 매서운 봄추위를 어떡할 거나 두견새 우는 데* 해는 기우는구나. 파발꾼이 가져온 매화 한 송이* 물고기가 전해 준 비단 한 폭* 타향살이 고단함을 층층이 쌓는구나. 천강(郴江)은 원래 천산(郴山)을 휘감아야 하거늘 어찌하여 샤오샹(潇湘)*으로 흘러간단 말이냐? 1) 두견새 울음소리가 "뿌루꾸이취(不如归去, 집에 돌아가는 게 낫다.)"같이 들려 고향 생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함. 2) 육개(陆凯, 남북조 시대 북위의 시인) 이 '범엽에게 보내는 시(赠范晔诗..

减字木兰花·天涯旧恨(감자목란화, 하늘 끝 이별)

天涯旧恨,独自凄凉人不问。欲见回肠,断尽金炉小篆香。 黛蛾长敛,任是春风吹不展。困倚危楼,过尽飞鸿字字愁。 하늘 끝으로 헤어져 그리움만 쌓이고 외로움에 처량해져도 물어볼 사람 없어. 소녀의 애간장이 어떤지 보고 싶나요? 향로 위 소전향(小篆香)*처럼 마디 마디 끊어졌답니다. 찌푸려진 긴 눈썹 봄바람 불어와도 펴지질 않네. 기다리다 지쳐 높은 누각 난간에 기대어 서니 날아가는 기러기 떼, 한 글자 한 글자 시름겹구나*. 1) 소전은 진시황 때, 이사(李斯)가 대전(大篆)을 간략하게 변형하여 만든 글씨체. 2) 기러기 나는 모습이 한 일(一) 또는 사람 인(人)과 비슷하다고 하여 기러기 한 마리를 한 글자라고 표현. ▶ 독수공방하며 멀리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고뇌와 정서를 노래한 사. 감자목란화는 목란화의 변체..

满庭芳·晓色云开(만정방, 새벽빛에 구름 걷히고)

晓色云开, 春随人意, 驟雨才过还晴。古台芳榭, 飞燕蹴红英。舞困榆钱自落, 秋千外, 绿水桥平。东风里, 朱门映柳, 低按小秦筝。 多情, 行乐处, 珠钿翠盖, 玉辔红缨。渐酒空金榼, 花困蓬瀛。豆蔻梢头旧恨, 十年梦, 屈指堪惊。凭阑久, 疏烟淡日, 寂寞下芜城。 새벽빛에 구름 걷히고 봄기운이 사람의 흥을 돋우는데 소나기 막 지나가니 하늘이 다시 개이네. 아름다운 옛 정자에서는 제비 낮게 날며 붉은 꽃잎을 좇는구나. 춤추다 지친 느릅 열매 스스로 떨어지고 흔들리는 그네 너머 푸른 냇물은 다리까지 차오른다. 따뜻한 봄바람에 붉은 대문 버들가지와 어우러질 때 작은 거문고 타는 소리 은은하게 들려오네. 다정다감했던 그녀. 같이 놀러 다닐 때 물총새 깃털 달린 보석 상감 수레를 타고 옥 고삐 붉은 끈 준마를 몰았었네. 금잔 안 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