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曲/乔吉 13

윌조·천정사(越调·天净沙), 즉흥시

莺莺燕燕春春,花花柳柳真真。事事风风韵韵。娇娇嫩嫩,停停当当人人。 꾀꼬리 노래하고 제비 춤추는 화사한 봄날 꽃 같은 얼굴 버들잎 눈썹의 아름다운 여인(真真)1) 구석구석 매력이 넘치네 애교 만점 귀여운 모습 흠잡을 데 없이 사랑스런 여인이여 1) 당(唐) 나라 때 진사 조안(赵颜)은 미인도 한 폭을 구했는데 화가가 그림 속 미인은 진진(真真)이라는 신녀인데 밤낮으로 이름을 계속 부르면 백 일째 되는 날에 부름에 응답하여 나올 것이라고 하였고 그대로 됨. 이후 진진이 미녀를 의미하는 말이 됨. ▶ 교길은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같은 제목의 곡 3수를 지음.

元曲/乔吉 2023.09.16

중려·산포양(中吕·山坡羊), 겨울에 심경을 쓰다

朝三暮四,昨非今是,痴儿不解荣枯事。攒家私,宠花枝,黄金壮起荒淫志。千百锭买张招状纸。身,已至此,心,犹未死。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어제는 아니다가 오늘은 맞는데 바보들은 흥하고 쇠하는 이치를 모르네 집안 살림살이를 긁어모으고 여색을 밝히며 돈만 생기면 음탕한 생각부터 하네 천금을 뿌려서 사는 것이라곤 법원 소환장이라 몸이 이미 이 지경이 되었거늘 마음은 아직 죽지 않았나 보네 ▶ 작자가 이 제목으로 쓴 3수 중 제2수.

元曲/乔吉 2023.09.16

중려·산포양(中吕·山坡羊), 마음 내키는대로 살다

鹏抟九万,腰缠十万,扬州鹤背骑来惯。事间关,景阑珊,黄金不富英雄汉。一片世情天地间。白,也是眼;青,也是眼。 대붕처럼 날갯짓하여 구만 리를 날고 허리에는 십만 금을 차며 학을 타고 양저우(扬州)를 날며 지내고 싶은가 세상사 험난하고 아름다운 경치도 쇠락하니 영웅은 황금에 미련을 두지 않네 천지간 만연한 세상인심이란 하얀 것도 눈이요 푸른 것도 눈이라1) 1)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완적(阮籍)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푸른 눈으로 쳐다보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하얀 눈으로 보았다는 고사를 인용하여 세상인심이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한다는 것을 비유함.

元曲/乔吉 2023.09.15

쌍조·매화성(双调·卖花声), 인간 세상을 깨닫다

肝肠百炼炉间铁,富贵三更枕上蝶,功名两字酒中蛇。尖风薄雪,残杯冷炙,掩清灯竹篱茅舍。 마음을 용광로 속 강철처럼 수없이 달구었네 부귀는 한밤중 베갯머리 나비요 공명 두 글자는 술잔 속 뱀이더라 살을 에는 바람과 칼날 같은 눈보라 속 마시다 남은 술과 식어 빠진 반찬에 쓸쓸한 등불을 가리는 대나무 울타리 초가집 1) 장자가 꿈에서 나비로 변하였는데 깨어보니 자신이 장자임을 알았다는 고사의 인용. 2) 낙광(乐广)의 친구가 낙광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술잔 속 뱀을 보고 병이 났는데 실제는 벽에 걸린 활의 그림자였다는 고사의 인용. ▶ 교길은 북방에서 태어나 항저우에서 40여 년 객지 생활을 하였는데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곤궁한 삶을 살았음. 매화성(卖花声)은 당나라의 교방곡에서 유래됨. 승평악(升平乐)이라고..

元曲/乔吉 2023.09.14

쌍조·청강인(双调·清江引), 보조개

凤酥不将腮斗儿匀,巧倩含娇俊。红镌玉有痕,暖嵌花生晕。旋窝儿粉香都是春。 짙은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보조개 애교 띈 웃음 혼을 빼놓는구나 옥 위에 붉은 흔적 새겨 놓은 걸까 오려 붙인 봄꽃에 눈이 어지럽네 보조개 피어나는 분 향기, 봄기운 가득하여라 1) 시경·위풍, 미인(诗经·卫风,硕人) 중 “애교 띈 웃음 사랑스럽고, 곁눈질하는 눈초리 어여쁘다(巧笑倩兮,美目盼兮)”의 인용.

元曲/乔吉 2023.09.11

쌍조·절계령(双调·折桂令), 칠석날 노래하는 이에게 바친다 제2수

黄四娘沽酒当垆,一片青旗,一曲骊珠。滴露和云,添花补柳,梳洗工夫。无半点闲愁去处,问三生醉梦何如。笑倩谁扶,又被春纤,搅住吟须。 술 파는 가게의 황사랑(黄四娘)1) 한 조각 푸른 기 휘날리고 한 곡 주옥같은 노래 들려온다 이슬방울 맺힌 구름머리에 꽃과 버들가지 더해 놓고 몸치장에 정성을 다하였네 근심하는 기색은 반 점도 없이 취하여 꿈꾸듯 살아온 인생 어떠했는지 물어보네 “누구에게 웃으며 부축해달라 할 건가요” 가녀린 손가락으로 수염을 집은 채 노래 달라고 조르는구나2) 1) 술 파는 여자의 통칭. 두보(杜甫)의 시 ‘강변에서 홀로 걸으며 꽃을 찾다(江畔独步寻花)’ 중 “황사랑의 집 주변 오솔길에 꽃이 만발하네(黄四娘家花满蹊)”의 인용. 2) 당나라 시인 노연양(卢延让)의 ‘고음(苦吟)’ 중 “시 한 글자 만들려고,..

元曲/乔吉 2023.09.10

쌍조·절계령(双调·折桂令), 칠석날 노래하는 이에게 바친다

崔徽休写丹青,雨弱云娇,水秀山明。箸点歌唇,葱枝纤手,好个卿卿。水洒不着春妆整整,风吹的倒玉立亭亭,浅醉微醒,谁伴云屏。今夜新凉,卧看双星。 최휘(崔徽)1)의 그림에 색깔 더하지 마라 가랑비 마냥 가냘프고 꽃구름처럼 어여쁘고 물처럼 빼어나고 산처럼 청명하다 젓가락 끝 모양 노래하는 입술 파 줄기처럼 가는 손 정말 사랑하고픈 여인이로다 고운 봄 단장에 물 튀기지 못하고 바람 불어도 오히려 우아하게 서 있는 모습 살짝 취하였다 정신이 들고 보니 운모 병풍 안 같이 하는 이 누구 없네 오늘 밤 서늘한 기운이 찾아오니 누워서 한 쌍 별2)이나 바라보리라 1) 당나라 때 아름다운 용모의 가기.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사랑하는 이에게 주었음. 2) 견우성과 직녀성을 가리킴.

元曲/乔吉 2023.09.10

쌍조·수선자(双调·水仙子), 사랑을 원망하다

眼前花怎得接连枝,眉上锁新教配钥匙,描笔儿勾销了伤春事。闷葫芦铰断线儿,锦鸳鸯别对了个雄雌。野蜂儿难寻觅,蝎虎儿干害死,蚕蛹儿毕罢了相思。 눈앞의 꽃은 어떻게 연리지(连理枝)에 붙었을까 새 열쇠 마련하면 미간의 자물쇠 풀 수 있을까 몇 글자 쓰면 마음에 품었던 상처 잊을까 왜 가위로 줄을 잘랐을까 도대체 오리무중이네 아름다운 원앙 한 쌍 어쩌다 암수가 헤어지게 되었을까 그 남자 야생벌 같아 종적을 찾을 수 없고 나는 도마뱀붙이 같아 말라죽게 되었으니 이젠 누에 번데기 마냥 그리움을 끊으리라 ▶ 교길은 웨이양(维扬) 가후(贾侯)의 연회석에서 이초의(李楚仪)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나 이초의는 돈에 굴복하여 가후를 따라 양저우로 가게 됨. 이 곡은 이초의가 교길을 떠난 뒤에 쓴 작품.

元曲/乔吉 2023.09.09

쌍조·수선자(双调·水仙子), 친구를 위해 쓰다

搅柔肠离恨病相兼,重聚首佳期卦怎占。豫章城开了座相思店。闷勾肆儿逐日添,愁行货顿塌在眉尖。税钱比茶船上欠,斤两去等秤上掂,吃紧的历册般拘钤。 여린 마음 휘저어 병든 몸에 이별의 아픔을 더해 놓네 머리 맞댈 좋은 시절이 언제 올지 점이나 쳐 볼까 위장성(豫章城)1)에 앉아 사랑 가게를 열었었나 번민케 하는 공연장은 날로 늘어나고 근심거리 물건은 미간에 쌓여 가는구나 차 실은 배에서는 사랑 세금을 거두고 저울로 애수의 무게를 다니 애지중지 장부책 마냥 옴짝달싹할 수 없네 1) 장시 난창(江西南昌)에 있던 성으로 쌍점(双渐)과 소경(苏卿)의 고사를 인용. 쌍점은 기생 소경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쌍점이 벼슬을 구하려 상경한 사이 기생 어미가 소경을 차 상인 풍괴(冯魁)에게 넘김. 이후 쌍점이 위장성에서 수소문하던 중 진산사(..

元曲/乔吉 202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