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宋词 辛弃疾 11

汉宫春·立春日(한궁춘, 입춘)

春已归来,看美人头上,袅袅春幡。无端风雨,未肯收尽余寒。年时燕子,料今宵,梦到西园。浑为办,黄柑荐酒,更传青韭堆盘。 却笑东风从此,便薰梅染柳,更没些闲。闲时又来镜里,转变朱颜。清愁不断,问何人,会解连环。生怕见,花开花落,朝来塞雁先还。 봄이 벌써 왔나 보다 여인네들 머리 위에 춘번(春幡)*이 하늘거리네. 까닭 없는 비바람에 꽃샘추위 가실 줄 모르는구나. 작년에 왔던 제비 추측건대 오늘 밤에는 꿈결 중 서원(西园)*으로 돌아가리라. 감귤주(黄柑荐酒)*는 물론이요 하물며 나물 음식(青韭堆盘)*들 준비조차 못 하였구나 이제 동풍 불어 웃을 따름이니 매화 향기 버들 물들이느라 여념이 없네. 한가할만하면 또 거울 속에 찾아와 붉었던 얼굴 바꾸어 놓는구나. 끓임 없이 생겨나는 시름 누가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으랴* 보기 두려워라 꽃이 ..

念奴娇 • 书东流寸壁(염노교, 둥류촌 벽에 쓰다)

野棠花落,又匆匆过了,清明时节。刬地东风欺客梦,一枕云屏寒怯。曲岸持觞,垂杨系马,此地曾轻别。镂空人去,旧游飞燕能说。 闻道绮陌东头,行人曾见,帘低纤纤月。旧恨春江流不断,新恨云山千叠。料得明朝,尊前重见,镜里花难折。也应惊问,近来多少华发? 들팥배꽃 떨어지니 청명절기 또다시 서둘러 지나가네. 괜한 동풍이 못살게 굴어 나그네 꿈에서 깨어 보니 운모 병풍 옆 외로운 베갯머리에 한기가 드는구나 늘어진 버드나무에 말 매어두고 굽이진 냇가에서 같이 술잔을 들었건만 이곳에서 이별은 어찌 그리 쉬웠을까 텅 빈 누각, 사람은 가고 없고 예부터 날던 제비 그때를 이야기하네. 번화한 길 동쪽 끝에서 듣자 하니 사람들이 지나치며 보았는데 휘장 아래 그녀 모습 초승달 같았다고 하네. 옛 슬픔은 봄날 강물같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데 새 슬픔은 구름 낀..

贺新郎·别茂嘉十二弟(하신랑, 열두째 동생 무가와 헤어지며)

绿树听鹈鴂,更那堪、鹧鸪声住,杜鹃声切。啼到春归无寻处,苦恨芳菲都歇。算未抵人间离别。马上琵琶关塞黑,更长门、翠辇辞金阙。看燕燕,送归妾。 将军百战身名裂。向河梁,回头万里,故人长绝。易水萧萧西风冷,满座衣冠似雪。正壮士悲歌未彻。啼鸟还知如许恨,料不啼清泪长啼血。谁共我,醉明月。 푸른 숲에서 들리는 때까치 소리 마음 아파 들을 수 없네. 자고새는 가지 말라고 울부짖고* 뻐꾸기 울음도 가슴 저미네. 이 봄도 가고 나면 찾을 길 없는데 향기로운 꽃잎 모두 지니 괴로운 일이로다. 이 모든 일들이 세상사 이별에 어찌 비하랴 말위에서 비파 뜯고 변방 요새 캄캄한 곳 지나며* 화려한 수레에 올라 황궁을 작별하고 장문(长门) 별궁으로 물러남이라* 쌍쌍이 나는 제비 바라보며 돌아가는 첩을 전송함은 또 어떠한가* 백전에 빛나는 장군 갈가리 찢어진 ..

鹧鸪天·鹅湖归病起作(자고천, 어후에서 돌아와 아픈 다음 쓰다)

枕簟溪堂冷欲秋,断云依水晚来收。红莲相倚浑如醉,白鸟无言定自愁。 书咄咄,且休休。一丘一壑也风流。不知筋力衰多少,但觉新来懒上楼。 계곡 정자 대나무 깔판의 서늘함이 가을 같구나. 저녁이 되니 물 따라 흐르던 조각구름도 흩어지네. 붉은 연꽃 껴안은 모습이 마치 취한듯하고 하얀 새는 홀로 근심하여 울지를 않네. 괴이한 일이라고 글을 쓰느니* 차라리 유유자적 하리니 언덕마다 골짜기마다 풍류가 더함이라. 어느새 근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요즘 들어 정자에 오르는 것도 귀찮구나. 1. 동진(东晋)의 재상 은호(殷浩)가 파면을 당하고 신안(信安)에 은거하며 허공에 "대단히 괴이한 일이로다(咄咄怪事)”라는 네 글자만 썼다는 고사의 인용. ▶ 신기질이 45~53세 때 모함을 받아 어후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쓴 작품. 어후를 유람한 ..

菩萨蛮·书江西造口壁(보살만, 장시 자오커우의 벽에 쓰다)

郁孤台下清江水,中间多少行人泪。西北望长安,可怜无数山。 青山遮不住,毕竟东流去。江晚正愁余,山深闻鹧鸪。 욱고대(郁孤台)* 아래 흐르는 칭강(清江)*의 물 지나던 이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섞었을까 서북쪽 향해 장안(长安)*을 바라보니 애석하다, 무수한 산들이 가로막고 있네. 푸른 산들이 어찌 막을 수 있으랴 필경에는 동쪽으로 흘러가리니. 강가에 내린 어둠, 심란함 그지 없고 산 깊은 곳 자고새 우는 소리* 들려온다. 1) 장시성 간저우(赣州) 서북쪽의 허란산(贺兰山) 정상의 누대. 평지에서 불쑥 솟아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2) 간강(赣江)과 위안강(袁江)이 합류하는 지역을 칭강이라 불렀음. 욱고대 아래서 북으로 흘러 자오커우를 경유하여 판양호(鄱阳湖)와 장강으로 유입됨. 3) 북송의 수도 볜징을 뜻함. 4) ..

青玉案·元夕(청옥안, 정월대보름)

东风夜放花千树,更吹落、星如雨。宝马雕车香满路。凤箫声动,玉壶光转,一夜鱼龙舞。 蛾儿雪柳黄金缕,笑语盈盈暗香去。众里寻他千百度,蓦然回首,那人却在,灯火阑珊处。 밤 사이 동풍이 천 그루 나무에 꽃을 피우더니 또 한 번 불어 별들이 비같이 쏟아지네. 화려한 마차 지난 길에 향기 넘쳐나고 피리 소리 울려 퍼지며 밝은 달빛 방향을 바꾸는데 어등과 용등들은 밤새 춤을 춘다. 형형색색 머리 장식 여인네들 웃고 떠들면서 향내 남기고 지나가네. 숱한 사람들 중 백 번 천 번 그이를 찾다 문득 뒤돌아보니 등불 드문드문한 곳에 그 사람이 서 있구나. ▶ 금나라는 더욱 강성해지는 반면 송나라에는 실지 회복의 의지가 사라지고 일시적인 평화에 안주하면서 향락적이고 소비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나 실..

祝英台近·晚春(축영대근, 늦봄)

宝钗分,桃叶渡,烟柳暗南浦。怕上层楼,十日九风雨。断肠片片飞红,都无人管,更谁劝、啼莺声住? 鬓边觑,试把花卜归期,才簪又重数。罗帐灯昏,哽咽梦中语:是他春带愁来,春归何处?却不解、带将愁去。 비녀를 나누어 가지던* 도엽 나루터(桃叶渡)* 안개와 버드나무로 남포(南浦)*가 어둑하네. 누각에 오르는 것 두려움은 열흘 중 아흐레는 비바람이라. 붉은 꽃 한 잎 한 잎 떨어지며 가슴을 베어 놓건만 아무도 상관하는 이 없으니 하물며 꾀꼬리 우는 것이야 누구에게 부탁하여 말려 보나 귀밑머리 살짝 비쳐보며 꽃잎 세어서 님 돌아올 날 점쳐 보곤 도로 머리에 꽂았다가 다시 또 세어보네. 희미한 등잔 불 망사 휘장 비출 때 잠결에 흐느끼며 말했다네. "봄아, 올 땐 슬픔을 데리고 오더니 혼자서 어디로 가느냐 알 수 없구나 왜 슬픔은 데려가지..

永遇乐·京口北固亭怀古(영우락, 찡커우의 북고정*을 회고하다)

千古江山,英雄无觅孙仲谋处。舞榭歌台,风流总被雨打风吹去。斜阳草树,寻常巷陌,人道寄奴曾住。想当年,金戈铁马,气吞万里如虎。 元嘉草草,封狼居胥,赢得仓皇北顾。四十三年,望中犹记,烽火扬州路。可堪回首,佛狸祠下,一片神鸦社鼓。凭谁问,廉颇老矣,尚能饭否? 강산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건만 영웅 손중모(孙仲谋)는 찾을 길 없네. 화려했던 궁전과 호걸들의 풍류 비바람과 함께 흘러갔어라. 석양 중에 보이는 초목 좁디좁은 길거리들 기노(寄奴)*가 여기서 살았다는구나. 당시를 돌이켜 보니 장창 차고 철마에 올라 성난 호랑이같이 만 리를 삼켰었네*. 원가(元嘉)*는 경솔하게 랑쥐쉬(狼居胥)*에서 제사를 올리려다 창황히 북쪽을 관망했어야 했네*. 43년 전*을 돌이켜 보면 양저우 곳곳에 불길이 타올랐었지. 차마 떠울리고 싶지 않으니 불리사(佛狸..

木兰花慢·滁州送范倅(목란화만, 추쩌우에서 부관 범앙을 송별하며)

老来情味减,对别酒,怯流年。况屈指中秋,十分好月,不照人圆。无情水都不管;共西风、只管送归船。秋晚莼鲈江上,夜深儿女灯前。 征衫,便好去朝天,玉殿正思贤。想夜半承明,留教视草,却遣筹边。长安故人问我,道愁肠殢酒只依然。目断秋霄落雁,醉来时响空弦。 나이 들며* 정취도 사그라들어 이별주를 대하니 세월의 덧없음 두렵구나. 손꼽아 추석이 언제인가 세어 보건만 아름다운 달은 인간사 다시 만남을 비추지 않네. 무정한 물은 아무런 상관 않고 서풍과 함께 돌아가는 배를 무심히 보내기만 하겠지. 가을밤 강 위에서 순챗국과 농어회 즐기다가 깊은 밤 등잔 앞에서 자녀들과 재회토록 하시게. 여행 옷 갈아입기 전 먼저 천자를 알현하게. 마침 황제께서 인재를 구하는 중이네. 한밤중 승명려(承明庐)*에서 그대에게 조칙 기안하는 것 가르치다 다시 변방에 파..

摸鱼儿·更能消几番风雨(모어아, 또 몇 번의 비바람이 사라져야)

淳熙己亥,自湖北漕移湖南,同官王正之置酒小山亭,为赋。 更能消、几番风雨。匆匆春又归去。惜春长怕花开早,何况落红无数。春且住,见说道,天涯芳草无归路。怨春不语,算只有殷勤,画檐蛛网,尽日惹飞絮。 长门事,准拟佳期又误,蛾眉曾有人妒。千金纵买相如赋,脉脉此情谁诉。君莫舞。 君不见、玉环飞燕皆尘土。闲愁最苦,休去倚危栏,斜阳正在,烟柳断肠处。 순희 기해년에 후베이 조사(漕司)*에서 후난으로 옮기게 되어 동관(同官) 왕정지(王正之)*와 소산정(小山亭)에서 술을 마시다 이 글을 써 주다. 또 몇 번의 비바람이 지나야 하는데 봄은 벌써 서둘러 돌아가네. 봄날 꽃이 빨리 필까 늘 걱정이거늘 붉은 꽃잎 무수히 떨어진 지금에야 봄이여, 잠깐 기다려주게 보이지 않는가 들리지 않는가 온갖 꽃과 풀, 세상 천지에 깔려 네 돌아오는 길 막은 것을 원망스러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