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李清照 9

如梦令·常记溪亭日暮(여몽령, 계곡 정자 해 질 무렵 돌이켜 보니)

常记溪亭日暮,沉醉不知归路。兴尽晚回舟,误入藕花深处。争渡,争渡,惊起一滩鸥鹭。 계곡 정자에서의 해 질 무렵 돌이켜보면 몹시 취해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지. 흥이 다해 어두워서 배 타고 돌아가려다 연꽃 무성한 곳으로 잘못 들어갔었네. "어떻게 나가지, 어떻게 나가야 하나" 모래톱 물새들 깜짝 놀라 날아갔었네. ▶ 이청조는 1099년(철종 원부元符 2년) 16세 즈음에 볜저우에 온 뒤 24세 때 시아버지 조정지(赵挺之)가 파직을 당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도 관직을 그만두고 칭저우로 옮겨 향리에서 10여 년 지내게 됨. 조명성은 금석학자여서 이청조도 이에 흥미를 느끼고 남편과 함께 금석문을 수집, 정리, 교정하는 작업에 열중하게 됨. 이 사는 이청조가 결혼 전후인 16세부터 23세 사이에 처녀시절 고향에서의 일..

武陵春 • 春晚(무릉춘, 늦봄)

风住尘香花已尽,日晚倦梳头。物是人非事事休,欲语泪先流。 闻说双溪春尚好,也拟泛轻舟。只恐双溪舴艋舟,载不动许多愁。 바람 멈추니 꽃잎 떨어진 땅 향기 은은하다 해는 지건만 머리 빗기도 귀찮아라. 파란만장한 세상사 만물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가고 없어 가슴에 담은 사연 꺼내기 전에 눈물 먼저 쏟아지네. 쌍계(双溪)* 봄 풍경이 아직 좋다 하니 조각배라도 띄워볼까. 아서라, 쌍계 계곡 작은 배 허다한 시름 싣고 움직이지 못할라 1) 저장 진화에 있는 당송 시대의 명승지. 동항(东港)과 남항(南港) 두 개의 물줄기가 진화성 남쪽에서 만난다고 하여 쌍계라고 불렀음. ▶1135년(고종 소흥 5년) 진화(金华) 피난 중에 지은 시. 사랑하는 남편 조명성은 1129년 병사하고 수절하던 중 금나라의 대대적인 공세로 송나라가 남쪽으..

浣溪沙·髻子伤春慵更梳(완계사, 머리 빗는 것도 귀찮은 봄날)

髻子伤春慵更梳,晚风庭院落梅初。淡云来往月疏疏。 玉鸭熏炉闲瑞脑,朱樱斗帐掩流苏。遗犀还解辟寒无。 봄날 정말로 힘들구나 머리 빗는 것도 귀찮아라 정원에 부는 저녁 바람에 매화 떨어지기 시작하네. 옅은 구름 오가니 달빛 드문드문 비치는구나. 오리 모양 옥 향로, 용뇌향 꺼졌는데 붉은 앵두 침대 휘장에는 술이 늘어져 있네. 무소뿔이 추위를 피하게 해 줄려나* 1) 무소뿔이 있으면 겨울에 온기가 들어온다고 믿었으며 무소뿔로 빗이나 비녀를 만들기도 하고 장식용으로 휘장 위에 걸어 놓기도 하였음. ▶ 이청조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유학으로 집을 떠남. 홀로 남은 규방에서 봄을 맞아 느끼는 외로움과 무료함을 노래한 초기의 작품.

永遇乐·落日熔金(영우락, 지는 해는 황금이 녹은 듯하고)

落日熔金,暮云合璧,人在何处。染柳烟浓,吹梅笛怨,春意知几许。元宵佳节,融和天气,次第岂无风雨。来相召、香车宝马,谢他酒朋诗侣。 中州盛日,闺门多暇,记得偏重三五。铺翠冠儿,捻金雪柳,簇带争济楚。如今憔悴,风鬟霜鬓,怕见夜间出去。不如向、帘儿底下,听人笑语。 지는 해는 황금이 녹은 듯하고 저녁 구름은 옥 반지를 만들었는데 나는 대체 어디 있는 걸까 버들은 안개에 짙게 물들고 매화곡* 피리 소리 애절하니 봄기운도 얼마 남지 않았네. 정월 대보름 좋은 계절이라 바람 잔잔하고 햇살 따스하나 돌연 비바람 없다고 할 수 있나 명마 꽃수레 타고 와서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을 술 동무 시 친구되는 것 사양하였네. 중주(中州)* 화려했던 시절 규방 여인들 한가한 시간 많았으나 돌이켜보건대 대보름을 특별히 좋아했었지. 물총새 깃털 모자에 백설과 버..

念奴娇·春情(염누교, 춘정)

萧条庭院,又斜风细雨,重门须闭。宠柳娇花寒食近,种种恼人天气。险韵诗成,扶头酒醒,别是闲滋味。征鸿过尽,万千心事难寄。 楼上几日春寒,帘垂四面,玉阑干慵倚。被冷香销新梦觉,不许愁人不起。清露晨流,新桐初引,多少游春意。日高烟敛,更看今日晴未。 썰렁한 정원 바람 불고 가랑비 내려 겹겹 문을 모두 닫아야 했네. 버들 사랑스럽고 꽃 아름다운 한식날 가까운데 날씨는 사람을 이 모양 저 모양 힘들게 하네. 험운시(险韵诗)*를 만들고 만취한 술에서 깨어보니 또 다른 쓸데없는 걱정 생기는구나. 먼 길 가는 기러기 다 떠나버렸으니 마음 속 천만 가지 생각 부칠 길 없어라. 누각 위 연일 계속되는 꽃샘추위 사방에 휘장을 내리고 난간에 기대는 것도 귀찮아하네. 차가운 이불과 꺼져버린 향로 새 꿈을 방해하니 시름 많은 여인 일어나지 않고 어쩌랴. ..

声声慢·寻寻觅觅(성성만,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寻寻觅觅,冷冷清清,凄凄惨惨戚戚。乍暖还寒时候,最难将息。三杯两盏淡酒,怎敌他、晚来风急。雁过也,正伤心,却是旧时相识。 满地黄花堆积,憔悴损,如今有谁堪摘。守着窗儿,独自怎生得黑。梧桐更兼细雨,到黄昏、点点滴滴。这次第,怎一个愁字了得。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쓸쓸하고 쓸쓸할 뿐이라 처량하고 암담하고 걱정스럽구나. 잠깐 따뜻하다 금방 추워지곤 하는 계절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가 없네. 강술 두세 잔 마셔본들 밤이 오면 부는 급한 바람을 어떻게 감당하랴? 기러기도 떠나버렸는데 정말로 가슴 아픈 건 이전에 서로 알던 사이라는 것. 온 땅에 노란 국화 쌓였는데 지독하게 말랐으니 이젠 누가 따 준단 말인가 창가를 지키고 서서 어두워지는 하늘 어떻게 홀로 마주할까 게다가 오동잎에 내리는 가랑비 황혼이 되어도 방울방울 그치지 않네. 이 ..

醉花阴·薄雾浓云愁永昼(취화음, 슬픈 마음 하루가 너무 길어)

薄雾浓云愁永昼,瑞脑消金兽。佳节又重阳,玉枕纱厨,半夜凉初透。 东篱把酒黄昏后,有暗香盈袖。莫道不消魂,帘卷西风,人比黄花瘦。 어슴푸레 안개 짙은 구름, 슬픈 마음 하루가 너무 긴데 용뇌향(龙脑香)은 향로에서 점점 사그라드네. 좋은 계절 다시 중양절이라 옥 베개 베고 모기장 안에 누웠더니 한밤중 한기가 찾아드네. 황혼이 진 뒤 동쪽 울타리*에서 홀로 취하던 중 은근한 향기 옷소매에 그득하네. 슬퍼할 일 없단 말 하지 마오 서풍 불어 휘장 걷고 보니 사람이 노란 국화보다 더 야위었다오. 1) 국화 따는 곳을 의미. 동진(东晋)의 도연명이 '음주(饮酒)'에서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며, 유유자적 남산을 본다.(采菊东篱下,悠悠见南山。)”라고 한 뒤 수많은 문인들이 국화를 노래하는 관용어가 됨. ▶ 1101년(휘종 건중..

凤凰台上忆吹箫·香冷金猊(봉황대상억취소, 향로 금사자 싸늘하고)

香冷金猊,被翻红浪,起来慵自梳头。任宝奁尘满,日上帘钩。生怕离怀别苦,多少事、欲说还休。新来瘦,非干病酒,不是悲秋。 休休,这回去也,千万遍《阳关》,也则难留。念武陵人远,烟锁秦楼。惟有楼前流水,应念我 - 终日凝眸。凝眸处,从今又添,一段新愁。 향로는 식어 금사자 싸늘하고 이불은 뒤집혀 붉은 파도치는데 일어났으나 머리 빗는 것도 귀찮구나. 보석 화장대 먼지 앉은 그대로 해는 휘장 고리 위로 떠올랐네. 이별의 아픔 두려워라 숱한 사연 말하고 싶어도 그만두었네. 요즘 날로 여위는 것은 아프도록 마셔서도 아니요 슬픈 가을 때문도 아니라. 그만두자 그만두어 그대 어차피 떠나야 할 사람 "양관(阳关)*"을 천만 번을 불러본들 붙잡을 수 없네. 멀리 떠난 무릉인(武陵人)* 그리워하며 안개 자욱한 봉황대에서 홀로 기다리겠지. 누각 앞 흐르..

如梦令·昨夜雨疏风骤(여몽령, 간간이 비 내리고 바람 거세던 지난 밤)

昨夜雨疏风骤,浓睡不消残酒。试问卷帘人,却道"海棠依旧"。知否。知否。应是绿肥红瘦。 간간이 비 내리고 바람 거세던 지난 밤 곤한 잠 자고 나도 취기가 깨지 않네. 휘장 걷는 계집종에게 물었더니 뜻밖에 "해당화 여전해요"라는구나. "너 모르니 정말 모르니 분명 푸른 색 통통하고 붉은 색 여위었을텐데" ▶ 1100년(철종 원부元符 3년) 16세 때의 작품. 이청조(李清照, 1084~1155年) 호는 이안거사(易安居士)이며 치저우 장치우(齐州章丘, 지금의 산둥 소재) 사람. 중국 역사상 최고의 여류문학가로 평가받음. 초반기에는 생활이 여유로워 남편 조명성(赵明诚)과 고대 서화, 금석문을 수집 정리하는데 열심이었으나 금나라의 침공으로 남쪽으로 피신한 뒤 생활이 곤궁해짐. 따라서 그녀의 전반기 작품은 여유로운 분위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