昆曲/정원을 거닐다 꿈에서 놀라다(游园惊梦) 14

솜털 천지(绵搭絮)

雨香云片才到梦儿边无奈高堂唤醒纱窗睡不便。泼新鲜俺的冷汗粘煎。闪的俺心悠步躭意软鬟偏。不争多费尽神情坐起谁欠则待去眠。 비 내린 뒤 향기 은은하고 구름 가벼울 때막 꿈결에 이르렀네대궐 같은 집인들 무슨 소용깨어서 그물 창문 옆에서 쉬 잠들지 못하네참으로 생생하여내 식은땀 끈적끈적하여라설레는 마음 넋을 잃고 한참을 걷다 보니 머릿결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네기력이 거의 다 빠지는구나앉고 일어날 힘도 없으니 그만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 ‘정원을 거닐다 꿈에서 놀라다’는 탕현조(汤显祖)가 쓴 목단정(牡丹亭) 55막 중 제10막. 엄격한 봉건 사회의 가정 교육하에 자라던 두려랑(杜丽娘)이 후원을 산책한 뒤 꿈에서 류몽매(柳梦梅)를 만난 뒤 시름시름 앓게 되는 장면.

붉은 소귀나무 꽃(山桃红)

这一霎天留人便草藉花眠,则把云鬟点,红松翠偏。见了你紧相偎,慢厮连,恨不得肉儿般和你团成片也。逗的个日下胭脂雨上鲜。我欲去还留恋相看俨然早难道好处相逢无一言行来春色三分雨。睡去巫山一片云。夫婿坐黄堂娇娃立绣窗怪她裙钗上花鸟绣双双宛转随儿女。辛勤做老娘。  하늘이 짧은 순간 호의를 베풀어 풀 위에 자리 깔고 꽃 속에 누웠는데‌‌구름 같은 머리에 붉고 푸른 옷 어우러지네그대 가까이 다가앉아 느긋이 기대어 머물러 있어도 육신이 한 몸을 이루지 못함이 한스럽군요마치 봄날 연지가 봄비에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아그만 갈려고 해도 미련이 남아요서로 볼수록 마음이 끌리니설마 우리 벌써 좋은 시간을 보냈기에 다시 만나 말 한 마디 못하는 걸까 올 때 봄 경치가 이슬비 속 어슴푸레하였는데잠들고 나니 우산(巫山)의 한 조각 구름 가운데군요1) 사내는..

다섯 가지 좋은 일(五般宜)

一边儿燕喃喃软又甜一边儿莺呖呖脆又圆。一边蝶飞舞,往来在花丛间。一边蜂儿逐趁,眼花缭乱。一边红桃呈艳,一边绿柳垂线似这等万紫千红齐装点大地上景物多灿烂! 한편으로는 제비 부드럽고 달콤하게 재잘대고한편으로는 꾀꼬리 가냘프고 구성지게 노래하네한편으로는 나비 꽃밭 사이를 춤추며 오가고한편으로는 벌을 좇아 눈이 어지럽구나한편으로는 붉은 복숭아 선명하고 한편으로는 푸른 버들 늘어져이렇게 울긋불긋 모든 만물이 모양을 내니세상 풍경 얼마나 찬란한가  ▶  ‘정원을 거닐다 꿈에서 놀라다’는 탕현조(汤显祖)가 쓴 목단정(牡丹亭) 55막 중 제10막. 엄격한 봉건 사회의 가정 교육하에 자라던 두려랑(杜丽娘)이 후원을 산책한 뒤 꿈에서 류몽매(柳梦梅)를 만난 뒤 시름시름 앓게 되는 장면.

방울져 떨어지다(滴溜子)

湖山畔,湖山畔云蒸霞焕。雕栏外,雕栏外红翻翠骈。惹下蜂愁蝶恋三生锦绣般非因梦幻。一阵香风送到林园。 호숫가 절경이구나 구름 몽실몽실하고 노을 찬란하네화려한 난간 바깥에서는붉은색 날고 푸른색 춤을 추어벌이 근심하고 나비가 아쉬워하네삼생(三生)1)의 행복이 꿈 때문은 아니기를한 줄기 향기로운 바람이나무 무성한 정원으로 불어온다 1)    전생(前生), 현생(现生), 후생(后生). ▶ 남곡 황종궁(黄钟宫)에 속하는 곡패 ‘정원을 거닐다 꿈에서 놀라다’는 탕현조(汤显祖)가 쓴 목단정(牡丹亭) 55막 중 제10막. 엄격한 봉건 사회의 가정 교육하에 자라던 두려랑(杜丽娘)이 후원을 산책한 뒤 꿈에서 류몽매(柳梦梅)를 만난 뒤 시름시름 앓게 되는 장면.

눈썹 그림 서문(画眉序)

好景艳阳天万紫千红尽开遍。满雕栏宝砌,云簇霞鲜。督春工珍护芳菲免被那晓风吹颤使佳人才子少系念梦儿中也十分欢忭。 좋은 시절 화창한 봄날울긋불굿 사방에 만개한 꽃이 화려한 난간 옥계단에 가득하고구름 노을은 곱고 선명하네봄의 신에게 화초를 아끼고 보살필 것을 재촉하여새벽 바람에 몸을 떨지 않고청춘남녀가 걱정 근심없이꿈 속에서 충분히 즐기게 해 달라 하였네  ▶ 두려랑이 꿈에서 류몽매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는 장면. 남곡 황종궁(黄钟宫)에 속하는 곡패로 경조서(京兆序)라고도 함. 한(汉)나라 때 경조윤 장창(张敞)이 아내를 위해 매일 눈썹을 그려주었다는 고사에서 제목이 유래된 것으로 보임. 검푸른 종류의 광물질로 만든 물감으로 눈썹을 칠하는 화장은 진(秦)나라 초기부터 있었으며 한(汉)나라 때에는 중국 전역에서..

붉은 소귀나무 꽃(山桃红)

则为你如花美眷似水流年,是答儿闲寻遍在幽闺自怜转过这芍药栏前紧靠着湖山石边和你把领扣儿松,衣带宽袖梢儿揾着牙儿沾也。则待你忍耐温存一晌眠。是那处曾相见?相看俨然,早难道好处相逢无一言。 “그대 꽃처럼 아름다우나세월은 물처럼 흐릅니다곳곳을 찾아 헤매었는데깊은 규방에서 홀로 상심하고 있군요작약 화창한 난간 앞을 지나타이후석(太湖石)1) 바로 옆에서 그대와 옷깃을 풀고 허리띠를 늦추게 해 주려다소매 끝으로 입술을 스쳤군요 나의 따스함을 받아들여 이 밤을 보냅시다”“우리 어디서 보았을까요마치 서로 만났던 것 같군요” 행복한 마음 어찌 말로 표현할까 만나서 한마디도 못 하였네  1)    장쑤성의 타이후(太湖)에서 나는 돌이 주름과 구멍이 많아 정원에 가산(假山)을 만드는 데 많이 쓰임. ▶ 두려랑이 꿈에서 류몽매를 만나는 장면.

꿈에서 놀라다(惊梦), 산비탈의 양 떼(山坡羊)

没乱里春情难遣蓦地里怀人幽怨则为俺生小婵娟拣名门一例一例里神仙眷。甚良缘,把青春抛的远。俺的睡情谁见?则索要因循腼腆想幽梦谁边和春光暗流转。迁延,这衷怀哪处言?淹煎,泼残生除问天。 어수선한 생각에 춘정(春情)은 가라앉지 않고 불현듯 그리움 치솟아 마음속 원망만 쌓이네나 어릴 때부터 곱고 아름답게 자라 명문가 자제 중에서 하나하나 골라 백년가약을 맺어야 하나좋은 인연 있다 한들 청춘 멀리 보내고 나면 무슨 소용내 어여쁜 자태 누구에게 보여주나그저 여느 소녀처럼 수줍어할 수밖에남몰래 꿈에서 누구 곁에 있을까 생각하다어느덧 변해가는 봄 경치와 같으리니시간만 끌다 나 품은 생각 어디에다 고백해야 할까애만 태우다사나운 팔자 하느님에게나 하소연하게 되리   ▶ 산포양(山坡羊)은 북곡(北曲)에서는 중려궁(中吕宫), 남곡(南曲)에서는 ..

마지막 가락(尾声)

观之不足由他缱,便赏遍了十二亭台是枉然,倒不如兴尽回家闲过遣。瓶插映山紫,炉添沉水香。蓦地游春转,小试宜春面。春呵春! 得和你两流连。春去如何遣?恁般天气,好困人也?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 미련이 남네열두 정자를 다 둘러보았건만 소용이 없으니차라리 흥 다하고 집에 돌아가 느긋이 시간 보냄만 못하네꽃병에 보라색 진달래 꽂고향로에 침향을 더하다가마음 내키면 봄 경치 구경 나가기도 하고 의춘 머리(宜春面)1)도 해봄이라 봄아 봄아너랑 나랑 우리 같이 머물러 있으면 좋으련만봄이 가버리면 이 일을 어떡하나날씨가 이와 같으니 사람도 나른해지는 걸까 1)    고대 중국에서 부녀자들이 입춘에 하던 머리 양식. 비단을 제비 모양으로 오려 상투에 붙이고 위에는 의춘(宜春, 봄에 어울린다) 두 글자를 씀. 청춘 소녀의 용모를 상징하는 단어..

어여쁜 아가씨(好姐姐)

遍青山啼红了杜鹃,那荼蘼外烟丝醉软,那牡丹虽好,他春归怎占的先。闲凝眄生生燕语明如剪,听呖呖莺声溜的圆。 푸른 산 곳곳을 진달래가 붉게 물들이고장미 덩굴 너머 아지랑이 하늘거리네모란이 좋다고는 하나봄이 돌아가면 어떻게 먼저 가질 수 있나느긋이 보던 중 제비 재잘대는 소리 칼로 자른 듯하며맑고 깨끗한 꾀꼬리 소리 미끄러지는 듯 매끄럽게 들려오네  ▶ 호자자(好姐姐)는 남곡 중 선려궁(仙呂宮) 쌍조(双调)에 속하는 곡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