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宋词 柳永 15

红窗迥·小园东(홍창형, 동쪽 작은 정원)

小园东, 花共柳, 紅紫又一齐开了。引将蜂蝶燕和莺, 成阵价, 忙忙走。 花心偏向蜂儿有, 莺共燕, 吃他拖逗。蜂儿却入, 花里藏身, 胡蝶儿, 你且退后。 동쪽 작은 정원 꽃과 버들 함께 허드러지며 붉은색 보라색이 다투어 벌어지네. 벌 나비 제비 꾀꼬리 불러들이니 여기저기 무리 지어 분주하게 날아다니네. 꾀꼬리와 제비도 유혹되어 오기는 하나 꽃술은 벌에게만 마음이 있네. 벌이 살그머니 들어와 꽃 속에 몸을 숨겼으니 나비야 잠시 물러가 있거라. ▶ 순탄치 않은 벼슬길에 삶의 의욕을 잃은 유영은 미인들에 둘러싸여 술 마시며 노래하는 일에 탐닉함. 그의 작품은 송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어 그가 죽은 뒤에는 그를 흠모했던 여인들이 조류회(弔柳会)를 만들고 매년 기일에 모여 그의 시를 노래하였음. 홍창형은 북송의 주방..

满江红·暮雨初收(만강홍, 비가 막 그친 저녁)

暮雨初收, 长川静, 征帆夜落。临岛屿, 蓼烟疏淡,苇风萧索。几许渔人飞短艇, 尽载灯火归村落。遣行客, 当此念回程, 伤漂泊。 桐江好, 烟漠漠。 波似染, 山如削。绕严陵滩畔, 鹭飞鱼跃。游宦区区成底事? 平生况有云泉约。归去来, 一曲仲宣吟, 从军乐。 비가 막 그친 저녁 강물도 고요한데 멀리 떠나는 배는 밤이 되어 돛을 내린다. 맞은편 섬에 여뀌 드문드문하고 안개는 옅어 갈대에 부는 바람 스산하다. 남은 어부들은 돛단배를 재촉하여 뱃잔등 꺼져가는 등불들이 나는 듯 마을로 돌아간다. 고단한 나그네 돌아가고파라 떠도는 마음 처량하다. 퉁강(桐江)* 좋구나 안개 자욱한데 물결은 물감을 푼 것 같고 산은 깎아 놓은 듯하다. 강변 옌링탄(严陵滩)*에는 해오라기 날고 물고기 뛴다. 벼슬 따라 떠도는 인생 무엇을 위함인가 아름다운 고향..

竹马子·登孤垒荒凉(죽마자, 황량한 곳 외딴 군영)

登孤垒荒凉,危亭旷望,静临烟渚。对雌霓挂雨,雄风拂槛,微收烦暑。渐觉一叶惊秋,残蝉噪晚,素商时序。览景想前欢,指神京,非雾非烟深处。 向此成追感,新愁易积,故人难聚。凭高尽日凝伫。赢得消魂无语。极目霁霭霏微,暝鸦零乱,萧索江城暮。南楼画角,又送残阳去。 황량한 곳 외딴 군영에 올라 높은 정자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안개 자욱한 하중도 정적에 쌓여있네. 마주 보이는 암무지개(雌霓)* 아직 비를 머금었는데 난간으로 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 마지막 더위를 슬그머니 거두어 간다. 한 잎 낙엽이 지는가 싶더니 갑작스레 가을이라 때늦은 매미 울어대는 저녁 여름과 가을이 여기서 바뀌는구나. 경치 바라보니 즐겁던 옛 시절 떠올라 서울 쪽을 찾아봐도 안개인가 연기인가 구름 너머 깊은 곳이라. 바라볼수록 마음만 아파 새로운 슬픔 쉬 쌓이고 옛사람은 만..

迷神引·一叶扁舟轻帆卷(미신인, 일엽편주 가벼운 돛)

一叶扁舟轻帆卷。暂泊楚江南岸。孤城暮角,引胡笳怨。水茫茫,平沙雁,旋惊散。烟敛寒林簇,画屏展。天际遥山小,黛眉浅。 旧赏轻抛,到此成游宦。觉客程劳,年光晚。异乡风物,忍萧索、当愁眼。帝城赊,秦楼阻,旅魂乱。芳草连空阔,残照满。佳人无消息,断云远。 일엽편주 가벼운 돛을 말아올리고 초강(楚江) 남안에 잠시 배를 대었네. 외로운 성에서 들려오는 나팔소리 누군가 부는 피리는 목메인 흐느낌이라. 아득한 강물 모래밭의 기러기들이 순간 놀라서 흩어진다. 안개 걷히고 드러난 겨울 숲 한 폭 병풍이 펼쳐지네. 머나먼 하늘, 조그마한 산들은 여인의 눈썹인 양 가느다랗네. 옛적의 즐겁던 일들 덧없구나 지금은 미관말직 떠도는 신세. 늘그막에 떠돌이 생활 정말 피곤하여라 타향의 풍물 스산하기 그지없어 볼수록 처량함만 더할 뿐. 서울은 이다지도 멀고 기..

八声甘州·对潇潇暮雨洒江天(팔성간저우, 저녁 비 세찬 강 가에서)

对潇潇暮雨洒江天,一番洗清秋。渐霜风凄紧,关河冷落,残照当楼。是处红衰翠减,苒苒物华休。惟有长江水,无语东流。 不忍登高临远,望故乡渺邈,归思难收。叹年来踪迹,何事苦淹留。想佳人妆楼颙望,误几回、天际识归舟。争知我,倚栏杆处,正恁凝愁! 솨솨 내리는 저녁 비 마주 선 강을 세차게 두들겨 가을을 한바탕 깨끗이 씻어내었네. 서릿날 같은 바람이 점점 세차지더니 산하(山河)는 썰렁하고 강변 누각엔 석양 빛이 비친다. 곳곳에 꽃 시들고 나뭇잎 떨어져 아름답던 풍경 덧없이 쇠잔해지네. 단지 무심한 창강 물만이 말없이 동쪽으로 흘러간다. 멀리 보고픈 마음 참지 못하고 높은 곳에 올랐으나 바라는 고향은 요원하여 찾을 길 없고 집으로 가고픈 마음 거두기 어렵구나. 여기저기 떠돈 세월 탄식하노니 괴로운 타향살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사랑하는 그녀는..

玉蝴蝶·望处雨收云断(옥호접, 비 구름 걷힌 곳)

望处雨收云断,凭阑悄悄,目送秋光。晚景萧疏,堪动宋玉悲凉。水风轻、蘋花渐老,月露冷、梧叶飘黄。遣情伤。故人何在,烟水茫茫。 难忘。文期酒会,几孤风月,屡变星霜。海阔山遥,未知何处是潇湘!念双燕、难凭远信,指暮天、空识归航。黯相望。断鸿声里,立尽斜阳。 쓸쓸히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는 곳 비 그치고 구름 걷히어 눈길이 가을빛을 뒤쫓는다. 저녁 풍경은 쓸쓸하여 송옥의 처량함(宋玉悲凉)*이 저절로 느껴지네. 물 위의 바람 선선한데 부평초 꽃 점점 쇠잔하고 달빛에 이슬 차가운 밤 누런 오동잎이 나부낀다. 가슴이 아프구나 옛 친구들 어디 있나 물안개 아득히 수면을 덮었네. 잊을 수 없구나 문인들끼리 술 마시고 시 읊던 모임 아름다운 경치 지나간 것은 몇 번이고 별 서리(星霜)* 변한 것은 몇 번인가 광활한 바다와 험준한 산 샤오상(潇湘)*이..

夜半乐·冻云黯淡天气(야반락, 짙은 구름 하늘을 가려)

冻云黯淡天气,扁舟一叶,乘兴离江渚。渡万壑千岩,越溪深处。怒涛渐息,樵风乍起,更闻商旅相呼;片帆高举。泛画鹢、翩翩过南浦。 望中酒旆闪闪,一簇烟村,数行霜树。残日下、渔人鸣榔归去。败荷零落,衰柳掩映,岸边两两三三、浣纱游女。避行客、含羞笑相语。 到此因念,绣阁轻抛,浪萍难驻。叹后约、丁宁竟何据!惨离怀、空恨岁晚归期阻。凝泪眼、杳杳神京路,断鸿声远长天暮。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가린 추운 겨울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신이 나서 강변을 작별하였네. 일만 봉우리 일천 골짜기를 지나 월(越)나라 계곡 깊숙한 곳에 다다랐네. 사나운 파도 차츰 잦아들더니 홀연 산에서 순풍이 불어오고 장사치들 서로 부르는 소리 더욱 커지는데 한 조각 돛을 높이 올리고 익조(鹢鸟)* 그림 배는 남쪽 포구를 훨훨 지나간다. 저 멀리 보이는 곳에 술집 깃발 펄럭이고 밥 짓는 연..

戚氏·晚秋天(척씨, 깊어가는 가을)

晚秋天,一霎微雨洒庭轩。槛菊萧疏,井梧零乱,惹残烟。凄然,望江关,飞云黯淡夕阳间。当时宋玉悲感,向此临水与登山。远道迢递,行人凄楚,倦听陇水潺湲。正蝉吟败叶,蛩响衰草,相应喧喧。 孤馆,度日如年。风露渐变,悄悄至更阑。长天净,绛河清浅,皓月婵娟。思绵绵。夜永对景,那堪屈指暗想从前。未名未禄,绮陌红楼,往往经岁迁延。 帝里风光好,当年少日,暮宴朝欢。况有狂朋怪侣,遇当歌对酒竞留连。别来迅景如梭,旧游似梦,烟水程何限。念名利,憔悴长萦绊。追往事、空惨愁颜。漏箭移,稍觉轻寒。渐呜咽,画角数声残。对闲窗畔,停灯向晓,抱影无眠。 깊어가는 가을 잠깐 가랑비가 정자를 적시고 가니 난간 옆 국화꽃 스산함과 우물가 오동나무 어수선함이 옅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네. 쓸쓸하구나 멀리 보이는 강과 산(江关)* 저녁햇살 어슴프레한데 구름이 난다. 여기 산에 서서 강을 보았던 송옥(宋玉..

少年游·长安古道马迟迟(소년유, 느리느릿 장안 옛길)

长安古道马迟迟, 高柳乱蝉嘶。夕阳鸟外, 秋风原上, 目断四天垂。 归云一去无踪迹, 何处是前期? 狎兴生疏, 酒徒萧索, 不似少年时。 장안 옛길에서 말은 느릿느릿 하고 높은 버드나무 위 매미소리 어지럽다. 저녁해가 새들 날아가는 곳 너머로 지면 가을 바람 부는 벌판* 위 눈길 끝나는 곳 사면에서 하늘 장막이 드리운다. 구름 떠나고 나면 종적이 없으니 이전의 기약은 어디서 찾나. 놀고 즐기는 것도 시들하고 술동무도 드물어졌으니 더 이상 젊을 때 같지 않구나. * 장안 서남쪽에 있는 낙유원(乐游原), 당나라때 유원지로 데이트 장소로 많이 이용됨. 유영은 장조만사(长调慢词)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 못지않게 소령(小令, 가장 짧은 사의 형식)에서 이룬 업적도 주목할만 함. 당오대(唐五代) 이래 소령의 주요 소재는 ..

定风波·自春来惨绿愁红(정풍파, 봄날 처량한 꽃과 나무)

自春来惨绿愁红,芳心是事可可。日上花梢,莺穿柳带,犹压香衾卧。暖酥消,腻云亸,终日厌厌倦梳裹。无那!恨薄情一去,音书无个。 早知恁么。悔当初、不把雕鞍锁。向鸡窗、只与蛮笺象管,拘束教吟课。镇相随,莫抛躲。针线闲拈伴伊坐。和我,免使年少、光阴虚过。 봄이 다시 돌아와 붉은 꽃 푸른 잎 모두 처량하니 어디 한 군데 마음 둘 곳 없구나. 태양이 꽃나무 가지 위로 떠오르고 꾀꼬리는 버들가지 사이를 누비는데 여전히 비단이불 속을 뒹구네. 보드라운 피부 점점 상해가고 윤기나던 머리칼 헝클어져도 종일 화장이고 빗질이고 생각이 없네. 어쩌란 말이냐, 야속한 마음을 박정한 그 사람, 떠나간 뒤엔 편지 한장 부쳐오지 않는구나. 진작 이럴 줄 왜 몰랐던가 후회스러운 것은 애당초 말고삐를 묶어 버리지 않은 것이라. 그이를 서재에 붙들어두고 만전(蛮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