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宋词 柳永

迷神引·一叶扁舟轻帆卷(미신인, 일엽편주 가벼운 돛)

charmingryu 2021. 10. 19. 06:28

一叶扁舟轻帆卷。暂泊楚江南岸。孤城暮角,引胡笳怨。水茫茫,平沙雁,旋惊散。烟敛寒林簇,画屏展。天际遥山小,黛眉浅。

旧赏轻抛,到此成游宦。觉客程劳,年光晚。异乡风物,忍萧索、当愁眼。帝城赊,秦楼阻,旅魂乱。芳草连空阔,残照满。佳人无消息,断云远。

 

일엽편주 가벼운 돛을 말아올리고

초강(楚江) 남안에 잠시 배를 대었네.

외로운 성에서 들려오는 나팔소리

누군가 부는 피리는 목메인 흐느낌이라.

아득한 강물

모래밭의 기러기들이

순간 놀라서 흩어진다.

안개 걷히고 드러난 겨울 숲

한 폭 병풍이 펼쳐지네.

머나먼 하늘, 조그마한 산들은

여인의 눈썹인 양 가느다랗네.

 

옛적의 즐겁던 일들 덧없구나

지금은 미관말직 떠도는 신세.

늘그막에 떠돌이 생활 

정말 피곤하여라

타향의 풍물

스산하기 그지없어

볼수록 처량함만 더할 뿐.

서울은 이다지도 멀고

기생집에는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나그네 마음 산란하기 그지없네.

수풀은 넓고 넓은 하늘가로 뻗어가고

사방에 석양빛 가득한데

그녀는 한마디 소식도 없으니

멀리 한 조각 구름 같은 인생이로다. 

 

* 송나라 때 관직을 지방에서 시작하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관리들의 기생집 출입도 엄격히 금지하였으며 이를 어기면 탄핵을 받아야 했음. 젊을 때는 서울에서 기생집에 즐겨 다녔는데 벼슬을 시작한 뒤 서울로 돌아갈 희망은 없고 좋아하던 기생집도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는 의미. 

 

 

▶ 유영은 수차례 과거에 낙방하고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뒤, 인종 경우 원년(在宋仁宗景, 1034년)에 진사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섰는데 이때 그의 나이 50에 가까웠음. 이후 그는 지방 관아의 하급 관리인 연리(掾吏), 판관(判官) 등의 직책을 받아 각지를 떠돌아다니게 됨. 

인(引)은 당송 잡곡(杂曲)의 한 형태. 미신인은 고대 거문고 곡의 명칭으로 '신령을 미혹하는 인곡(引曲)'이라는 뜻이었으나 당송 잡곡에서는 전주곡 내지 서곡으로 쓰이다가 사패의 한 종류로 발전하게 됨. 유영의 악장집(乐章集)에 실린 '미신인, 붉은 널다리 위 가을의 저녁 햇살(迷神引·红板桥头秋光暮)이 정체(正体)이며 조보지(晁补之)가 대표적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