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사 41

임강선, 매화(临江仙·梅)

庭院深深深几许,云窗雾阁春迟。为谁憔悴损芳姿,夜来清梦好,应是发南枝。玉瘦檀轻无限恨,南楼羌管休吹。浓香吹尽有谁知,暖风迟日也,别到杏花肥。 정원 깊고 깊으니 얼마나 깊은 걸까운무에 덮인 창문과 거실, 봄은 더디게도 오는구나누구 때문에 꽃다운 얼굴 초췌해지나 밤이 오면 달콤한 꿈 꾸려니분명 남쪽 가지엔 꽃 피었으리 파리한 옥색 옅은 홍색, 원망 끝없으니남쪽 누각 강족 피리 그만 불어다오짙은 향기 불려 없어질지 누가 알겠느냐봄날 따스한 바람도통통한 살구꽃엔 닿지 말아라 ▶ 이 사가 처음 소개된 것은 명나라 때의 화초수편(花草粹编)이며 송나라 때의 악부야사(乐府雅词)에는 누락되어 있는데 이는 편찬자인 층조(曾慥)가 작품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 층조는 이청조와 동 시대 인물이었는데 자신의 기준에 따라 이청조의 사집..

이청조/사 2025.05.03

청옥안, 송별(青玉案·送别)

征鞍不见邯郸路。莫便匆匆归去,秋风萧条何以度。明窗小酌,暗灯清话,最好留连处。相逢各自伤迟暮,犹把新词诵奇句。盐絮家风人所许。如今憔悴,但馀双泪,一似黄梅雨。 길 떠나는 나그네 한단(邯郸) 가는 길 찾지 못하네돌아가는 길 너무 서두르지 말지니스산한 가을바람 어찌 견디란 말이냐밝은 창가 조촐한 한 잔어두침침한 등불 아래 소곤거림진실로 가장 머무르기 좋은 곳 서로 만나면서 해 저무는 것 가슴 아파하며연이어 새 사(词) 절묘한 구절을 읊조렸네소금과 버들개지의 가풍(盐絮家风) 모두 흠모하였으나1)지금은 초췌한 얼굴만 남아말없이 흘리는 두 줄기 눈물매실 노랗게 익을 무렵의 장맛비 같아라 1) 왕희지의 며느리 사도온(谢道韫)은 동진(东晋) 안시장군(安西将军) 사혁(谢奕)의 딸로 총명하고 학식이 깊었음. 눈 내리는 날 숙부 사..

이청조/사 2025.05.03

다려, 흰 국화를 노래함(多丽·咏白菊)

小楼寒,夜长帘幕低垂。恨萧萧、无情风雨,夜来揉损琼肌。也不似、贵妃醉脸,也不似、孙寿愁眉。韩令偷香,徐娘傅粉,莫将比拟未新奇。细看取、屈平陶令,风韵正相宜。微风起,清芬蕴藉,不减酴釄。渐秋阑、雪清玉瘦,向人无限依依。似愁凝、汉皋解佩,似泪洒、纨扇题诗。朗月清风,浓烟暗雨,天教憔悴度芳姿。纵爱惜、不知从此,留得几多时?人情好,何须更忆,泽畔东篱。 쌀쌀한 작은 누각 긴긴밤 휘장을 낮게 내리었네쏴쏴 무정한 비바람은 원망스럽게도밤새 옥 같은 살결을 할퀴어 상처 내었네양귀비 취한 얼굴 같지 않고손수(孙寿) 찡그린 눈썹 같지도 않으며1)한령(韩令)이 훔친 향료를 받은 것과2)서냥(徐娘)의 화장하지 않은 얼굴도3)신기할 것 없고 비할 바 못 되네자세히 들여다보면굴평(屈平)과 도령(陶令)만이4)고상한 운치에 어울릴 수 있지산들바람이 불어실려 오는 맑은..

이청조/사 2025.05.02

점강순, 기다리는 마음(点绛唇·闺思)

寂寞深闺,柔肠一寸愁千缕。惜春春去,几点催花雨。倚遍阑干,只是无情绪。人何处,连天芳草,望断归来路。 적막 감도는 내실여린 마음은 한 조각인데 근심은 천 갈래이네봄을 아쉬워해도 봄은 떠나고몇 방울 비가 꽃을 재촉하는구나 난간에 기대어 있어도그저 무심해질 따름그 사람은 어디있을까푸른 풀이 하늘과 맞닿은 곳돌아오는 길이 보이지 않네 ▶ 1118년에서 1120년 사이, 조명성이 외지에서 근무하고 이청조는 칭저우(青州)에서남편을 기다리며 쓴 사.

이청조/사 2025.04.25

완계사, 그리움(浣溪沙·闺情)

绣面芙蓉一笑开,斜飞宝鸭衬香腮。眼波才动被人猜。一面风情深有韵,半笺娇恨寄幽怀。月移花影约重来。 얼굴에 연꽃 수 놓은 듯 화장하고 웃는 모습1)오리 장식 머리가 비스듬히 흘러 예쁜 뺨이 돋보이네사랑 가득한 눈길 사람들이 알아챌까 걱정이라 얼굴 가득 애정이 흘러넘치는데반 장 편지에 원망과 그리움을 담았네달빛이 꽃 그림자 옮길 때가 다시 오기로 약속한 때 1) 당송 때 이마나 뺨에 꽃이나 새 등의 그림을 그린 화장을 하였음. ▶ 이청조의 초기 작품. 반면 이청조는 부모의 결정으로 조명성과 결혼하게 되었기 때문에 밀회를 한 적이 없고 따라서 이 작품은 다른 사람이 이청조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라는 주장도 있음.

이청조/사 2025.04.24

억진아, 누각 높이 오르니(忆秦娥·临高阁)

临高阁,乱山平野烟光薄。烟光薄,栖鸦归后,暮天闻角。断香残酒情怀恶,西风催衬梧桐落。梧桐落,又还秋色,又还寂寞。 누각 높이 오르니첩첩 산과 평원이 옅은 안개에 덮여 있네안개 옅은데까마귀 잠들러 둥지에 돌아간 뒤저녁 하늘 나팔 소리 들려온다 향 연기 끊어지고 술 떨어지고 마음이 힘든데서풍은 오동잎 떨어짐 재촉하네오동잎 떨어지니또 가을 색 돌아와다시 적막하구나 ▶ 1129년 남편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쓴 작품. 억진아(忆秦娥)는 당나라 말기와 오대 시기에 유행하기 시작하여 송나라 때 많은 문인이 여러 가지 변형체를 만들며 전성기를 맞음. 사패의 이름은 이백이 지은 사 중 "진아가 꿈을 깨니 진루에 달이 떴다(秦娥梦断秦楼月)"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음. 진아는 진 목공의 딸 농옥(弄玉)을 가리키며 전설에 따르면 피리 ..

이청조/사 2025.04.22

서자고, 쌍은행(瑞鹧鸪·双银杏)

风韵雍容未甚都,尊前甘橘可为奴。谁怜流落江湖上,玉骨冰肌未肯枯。谁教并蒂连枝摘,醉后明皇倚太真。居士擘开真有意,要吟风味两家新。 풍모와 운치, 자태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나잔 앞의 감귤은 하인에 지나지 않는다 할 수 있지1)천하를 떠도는 것 누가 마음 아파할까옥 같은 기골 얼음 같은 피부 변함없이 시들려 하지 않네 누가 쌍둥이 열매를 가지에서 따려 하는가명황(明皇)과 태진(太真)이 취하여 서로 기댐 같아2)거사(居士)3)가 쪼개어 보니 진실로 애틋하구나풍미를 음미할지니 둘의 마음(两家新)4) 새로워라 1) 감귤의 별칭이 나무 하인(木奴)이며 은행의 별칭은 공손나무(公孙树), 제왕나무(帝王树)임. 감귤을 나무 하인이라 하게 된 것은 삼국지, 오서, 손휴전(三国志·吴书·孙休传)에서 유래. 단양(丹阳) 태수 이형(..

이청조/사 2025.04.20

청평악, 해마다 눈이 내리면(清平乐·年年雪里)

年年雪里,常插梅花醉。挼尽梅花无好意,赢得满衣清泪。今年海角天涯,萧萧两鬓生华。看取晚来风势,故应难看梅花。 해마다 눈이 내리면늘 매화를 머리에 꽂고 잔뜩 취하곤 했었는데부서진 매화로 마음이 너무 아파맑은 눈물로 옷이 흠뻑 젖게 되었네 이젠 멀고 먼 타향에서성기어진 양쪽 귀밑머리 희끗희끗하구나저녁에 부는 바람 형세를 보아하니매화 보기는 다 틀렸네 ▶ 1129년 가을에 조명성이 죽고 다음 해에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쓴 작품. 이청조가 매화를 노래한 작품은 다섯 수가 전하는데 그중 만정방(满庭芳), 옥루춘(玉楼春), 어가오(渔家傲) 3수는 초기, 청평악(清平乐)과 고연아(孤雁儿)는 후기의 작품에 속함. 청평악은 당 교방곡의 이름이었으며 이후 사패로 쓰임. 이욱(李煜)의 사가 표준으로 받아들여짐. 한나라 악부의 청악..

이청조/사 2025.04.19

점겅순, 그네 지친 뒤(点绛唇·蹴罢秋千)

蹴罢秋千,起来慵整纤纤手。露浓花瘦,薄汗轻衣透。见客入来,袜刬金钗溜。和羞走,倚门回首,却把青梅嗅。 그네를 지치고 나니가녀린 손 닦는 것도 귀찮아지네섬세한 꽃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처럼송알송알 땀방울이 얇은 옷을 스며 나오네 손님 들어오는 것이 보이길래버선발 바람에 금비녀가 떨어졌네부끄러워 달려 가다문 앞에서 고개를 돌려 보면서청매실 냄새 맡는 척하였네 ▶ 소녀 시절의 대표작. 1100년(철종 원부哲宗元符 3년) 장뢰(张耒), 조보지(晁补之)와 교류할 때의 작품. 점강순(点绛唇)은 오대(五代) 시기 남당(南唐)의 재상이었던 풍연사(冯延巳)가 창작한 사패로 송나라 때 많은 시인이 즐겨 사용함.

이청조/사 2025.04.18

만정방, 규방에 봄을 가두고(满庭芳·小阁藏春)

小阁藏春,闲窗锁昼,画堂无限深幽。篆香烧尽,日影下帘钩。手种江梅更好,又何必、临水登楼。无人到,寂寥浑似,何逊在扬州。从来知韵胜,难堪雨藉,不耐风揉。更谁家横笛,吹动浓愁。莫恨香消雪减,须信道、扫迹情留。难言处、良宵淡月,疏影尚风流。 규방에 봄을 가둬 놓고한가한 창은 낮이 들지 못하게 잠그니집안이 한없이 적막하다연기 오르던 향 사그라들고해그림자는 발고리에 드리우네손수 심었던 강매(江梅)1) 너무 아름다운데왜 하필물가 누각에 올라야 하나찾아오는 이 없어혼자 외로이 있는 것이하손(何逊)이 양저우(扬州)를 떠나지 못함 같구나2) 운치가 모든 꽃을 능가함은 알고 있었지만세찬 비를 감당하지 못하며모진 바람을 견디지 못하리라또 누가 횡적곡(横笛曲) ‘매화 떨어지네(梅花落)’를 불어짙은 근심을 불러일으키나향기 사라지고 눈 줄어듦을 원망하지..

이청조/사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