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周邦彦 23

夜游宫·叶下斜阳照水(야유궁, 나뭇잎 사이로 석양이 수면을 비치고)

叶下斜阳照水,卷轻浪, 沈沈千里。桥上酸风射眸子。立多时,看黄昏,灯火市。 古屋寒窗底,听几片, 井桐飞坠。不恋但衾再三起。有谁知,为萧娘,书一纸? 나뭇잎 사이로 석양 비치는 수면 가벼운 물결이 일며 쉬지 않고 천리를 흐르는데 다리 위 눈을 찌르는 찬바람에 마음이 아프다. 한참 동안 서서 황혼을 보고 있자니 집집마다 등불을 켜는구나. 낡은 옛집 차가운 창문 아래 누웠더니 우물가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 드문드문 들려오네. 홑이불 걷어차고 재차 삼차 일어났네. 누가 알랴 소낭(萧娘)*을 위한 편지 한 통으로 잠 못 이루고 있음을 1. 남조(南朝) 이래 사랑하는 여자는 소낭(萧娘)이라고 하고 사랑하는 남자는 소랑(萧郎)이라 하였음. ▶ 야유궁(夜游宫)은 북송 시대 생긴 곡조로 모방(毛滂)이 사의 표준을 확립함.

应天长·条风布暖(응천장, 포근한 봄바람)

条风布暖,霏雾弄晴,池台遍满春色。正是夜堂无月,沉沉暗寒食。梁间燕,前社客。似笑我, 闭门愁寂。乱花过,隔院芸香,满地狼藉。 长记那回时,邂逅相逢,郊外驻油壁。又见汉宫传烛,飞烟五侯宅。青青草,迷路陌。强带酒 - 细寻前迹。 市桥远 - 柳下人家,犹自相识。 봄바람에 세상이 포근해지고 짙은 안개 개고 날이 맑더니 연못가 누각 주위 곳곳에 봄기운일세. 마침 한식날 밤이라 달도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데 들보 사이로 날아든 제비 지난 춘사(春社)* 때의 손님이구나. 나를 비웃는 듯함은 문 잠그고 홀로 슬픔에 잠겨 있음인가. 어지러이 흩날리는 꽃 담장을 넘고 멀리 정원의 꽃향기가 온 땅에 낭자하네. 항상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으니 우리들의 우연한 만남 교외 그림 마차(油壁)* 세운 곳이었지. 궁궐에서 촛불 돌리는 것과 오후(五侯)*의 집에..

浪淘沙慢·晓阴重(랑도사만, 새벽 하늘 짙은 구름)

晓阴重,霜凋岸草,雾隐城堞,南陌脂车待发,东门帐饮乍阕。正拂面垂杨堪揽结,掩红泪 - 玉手亲折。念汉浦离鸿去何许? 经时信音绝。 情切。望中地远天阔。向露冷风清无人处,耿耿寒漏咽。嗟万事难忘,唯是轻别。翠尊未竭。凭端云 - 留去西楼残月。 罗带光销纹衾叠,连环解 - 旧香顿歇。怨歌永 - 琼壶敲尽缺。恨春去 - 不与人期,弄夜色,空馀满地梨花雪。 짙은 구름 빼곡한 새벽 서리에 절벽의 풀들이 시들고 안개는 여장(女墻)을 덮었네. 남쪽 골목에서 바퀴에 기름 먹인 마차(脂车)* 출발을 기다리니 동문 밖 송별회가 방금 끝났음이라. 얼굴을 스치는 버들가지 엮을 만큼 늘어졌는데 붉은 눈물(红泪)*을 숨기고 섬섬옥수로 버들가지를 꺾는구나. 포구에서의 이별, 떠나간 기러기는 그 어디에 세월이 흘러도 소식 하나 없네.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지평선 너머 하..

瑞鹤仙·悄郊原带郭(서학선, 성곽에 접한 외딴 교외 벌판)

悄郊原带郭,行路永,客去车尘漠漠。斜阳映山落,敛馀红、犹恋孤城阑角。凌波步弱,过短亭、何用素约。有流莺劝我,重解绣鞍,缓引春酌。 不记归时早暮,上马谁扶,醒眠朱阁。惊飙动幕,扶残醉,绕红药。叹西园、已是花深无地,东风何事又恶?任流光过却,犹喜洞天自乐。 성곽에 맞닿아 있는 고요한 교외 벌판 가는 길 멀고 멀어 나그네 태운 마차 먼지 구름을 일으킨다. 산을 비추던 저녁 해 남은 햇살을 거두며 외로운 성루 난간 모퉁이를 차마 떠나지 못하네. 사뿐사뿐 발걸음 그녀 단정(短亭)으로 나아오니 미리 약속 정함이 무슨 소용인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 마음이 동하여 말안장을 다시 풀고 느긋하게 봄 술잔을 기울였네. 돌아온 때가 저녁인가 새벽인가 말 타는 것은 누가 부축했었나 깨어 보니 붉은 누각이로구나. 일진광풍이 휘장을 흔들어 술이 덜 깬 채로..

西河 • 金陵怀古( 서하 • 금릉 회고)

佳丽地,南朝盛事谁记?山围故国绕清江,髻鬟对起。怒涛寂寞打孤城,风樯遥度天际。 断崖树,犹倒倚,莫愁艇子曾系。空余旧迹郁苍苍,雾沉半垒。夜深月过女墙来,伤心东望淮水。 酒旗戏鼓甚处市? 想依稀, 王谢邻里。燕子不知何世,入寻常 - 巷陌人家,相对如说兴亡,斜阳里。 진링(金陵) 아름다운 곳 남조시대* 번영을 누가 기억하랴 산이 두르고 푸른 강이 휘감은 옛 도시 여인네 상투 머리처럼 봉우리가 마주 솟았네. 외로운 성에 부딪치는 성난 파도 적막함을 더하고 바람 머금은 돛단배는 하늘 끝 향해 저어가네. 깎아지른 절벽의 고목 여전히 비스듬히 걸려있는데 막추(莫愁)*의 배는 매인지 오래구나. 인적 없는 옛터 수풀만 무성하고 짙은 안개는 요새를 반쯤 덮었네. 깊은 밤 달빛이 여장(女墙)*을 넘나들 때 상심한 마음 동쪽 화이수이(淮水)*를 바라..

尉迟杯·离恨(위지배, 이별의 슬픔)

隋堤路,渐日晚 - 密霭生深树。阴阴淡月笼沙,还宿河桥深处。无情画舸,都不管 - 烟波隔南浦。等行人 - 醉拥重衾,载将离恨归去。 因念旧客京华,长偎傍疏林,小槛欢聚。冶叶倡条俱相识,仍惯见 - 珠歌翠舞。如今向 - 渔村水驿,夜如水 - 焚香独自语。有何人 - 念我无聊,梦魂凝想鸳侣。 수제 물길(隋堤路)*. 점점 해가 지고 짙은 안개 울창한 나무를 뒤덮는다. 어스름한 달빛이 모래톱에 내리면 하천 다리 깊은 곳에서 다시 잠을 청하네. 무심한 꽃 배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안개 자욱한 수면으로 남포(南浦)를 떠나네. 나그네 취하여 이불 겹겹이 뒤집어쓰기를 기다렸다 이별의 아픔을 같이 싣고 돌아가는구나. 화려했던 서울 생활 옛 추억 나무 듬성듬성한 숲 작은 정자에서 틈만 나면 모여 놀았었지. 아리따운 잎과 나긋나긋한 가지(冶叶倡条)* ..

绮寮怨·上马人扶残醉(기료원, 술이 덜 깨어 부축 받아 말을 타다)

上马人扶残醉,晓风吹未醒。映水曲 - 翠瓦朱檐,垂杨里,乍见津亭。当时曾题败壁,蛛丝罩 - 淡墨苔晕青。念去来 - 岁月如流,徘徊久 - 叹息愁思盈。 去去倦寻路程,江陵旧事,何曾再问杨琼。旧曲凄清,敛愁黛 - 与谁听。尊前故人如在,想念我 - 最关情。何须渭城,歌声未尽处,先泪零。 술이 깨지 않아 부축받고 말을 탔는데 새벽바람에도 아직 정신이 들지 않네. 맑은 물 굽이굽이 흐르는 곳에 청색 기와 붉은 처마 비치고 늘어진 버들 사이로 나루터 역관이 언뜻 보이네. 그때 시를 남겼던 벽은 허물어져 거미줄이 덮였는데 먹물 희미해지고 이끼 푸르게 자라 읽기가 어렵구나. 그때와 지금을 생각하니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 한참을 서성이다 주체하지 못하는 울적한 마음을 탄식하였네. 가도 가도 떠도는 신세, 길 묻는 것도 지겨워라. 장링(江陵)*의..

关河令·秋阴时晴渐向暝(관하령, 맑은 가을날의 황혼)

秋阴时晴渐向暝,变一庭凄冷。伫听寒声,云深无雁影。 更深人去寂静,但照壁孤灯相映。酒已都醒,如何消夜永! 가을 날씨 어쩌다 맑은 날 황혼이 지면 정원이 갑작스레 스산해진다. 가만히 서서 가을소리(寒声)* 듣고자 하나 구름 자욱한데 기러기 그림자도 보이지 않네. 밤이 깊어 사람들 돌아간 뒤의 적막함 조벽(照壁)*에 어른거리는 외로운 등불. 술은 이미 다 깨어버렸으니 이 긴긴밤을 어찌 새울거나. 1. 가을의 바람 소리, 빗소리, 벌레 소리, 새소리 등을 통칭하여 한성(寒声) 또는 추성(秋声)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기러기 우는소리를 뜻함. 2. 옛날 사찰이나 저택의 대문 앞에 밖에서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도록 설치한 벽. 여러 가지 도안이나 문자, 그림 등으로 장식하였음. ▶ 고대 악부에 청상곡사(清商曲辞)가 있었는데 ..

拜星月慢·夜色催更(배성월만, 깊은 밤 북 소리)

夜色催更,清尘收露,小曲幽坊月暗。竹槛灯窗,识秋娘庭院。笑相遇,似觉琼枝玉树相倚,暖日明霞光烂。水盼兰情,总平生稀见。 画图中, 旧识春风面。 谁知道, 自到瑶台畔。眷恋雨润云温,苦惊风吹散。念荒寒, 寄宿无人馆。重门闭, 败壁秋虫叹。 怎奈向, 一缕相思,隔溪山不断。 깊은 밤 북소리 날 밝는 것을 재촉하면 이슬이 내려 먼지 깨끗이 씻기고 골목길 적막한 집에 달빛 어스럼하다. 대나무 난간 창문에 등불 비치니 추랑(秋娘)*의 정원임을 알겠구나. 마주 서서 웃는 모습 옥나무에 산호가지 보는 듯하고 따스한 햇살인가 눈부신 아침놀인가. 수면같이 청량한 눈매, 난초같이 우아한 마음 평생 다시 보기 힘들리라. 그림에서 보았던 그녀 천하절색임을 이미 짐작하였네. 누가 알았으랴 나 요대(瑶台)* 옆에 서게 될 줄을. 그리워라, 비처럼 촉촉하고 ..

解连环·怨怀无托(해련환, 원망스러운 마음)

怨怀无托,嗟情人断绝,信音辽邈。纵妙手、能解连环,似风散雨收,雾轻云薄。燕子楼空,暗尘锁、一床弦索。想移根换叶,尽是旧时,手种红药。 汀洲渐生杜若。料舟移岸曲,人在天角。谩记得、当日音书,把闲语闲言,待总烧却。水驿春回,望寄我、江南梅萼。拼今生,对花对酒,为伊泪落。 원망스러운 마음 하소연할 곳 없어라. 님은 먼 곳에 소식조차 아득하네. 뛰어난 손재주가 있다 한들 연환(连环)을 풀 수 있을까* 바람이 잦아들듯 비가 멈추니 옅은 구름은 가벼운 안개이런가*. 텅 빈 연자루(燕子楼)* 어두운 먼지 소복이 쌓여 덩그러니 거문고만 남아 있네. 뿌리 이파리 모두 바꾸고 싶어라 옛날은 가고 없건만 손수 심었던 작약* 붉게 피었네. 모래톱에 점점 늘어나는 두약(杜若)*. 작은 배는 굽이굽이 강안을 의지하여 나아가 그 사람은 하늘 끝 즈음에 있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