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人作梅词,下笔便俗。予试作一篇,乃知前言不妄耳。
藤床纸帐朝眠起,说不尽无佳思。沈香断续玉炉寒,伴我情怀如水。笛声三弄,梅心惊破,多少春情意。
小风疏雨萧萧地,又催下千行泪。吹箫人去玉楼空,肠断与谁同倚。一枝折得,人间天上,没个人堪寄。
사람들이 매화를 소재로 사(词)를 짓는데, 쓰는 것이 모두 조잡하다고 하였다. 내가 한 편 써 보고 나서는, 앞에 한 이야기가 허망하지 않은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침 등나무 침대 종이 휘장에서 일어나도1)
서글픈 생각 말로 다 못 하네
차가운 향로 침향(沉香)은 끊어질 듯 말 듯한 데
나에게 있는 정(情)은 물과 같네
매화삼농(梅花三弄)2) 피리 소리에
매화 마음 놀라 부서지니
봄날 애정이 얼마나 많은 것이냐
잔잔한 바람 부슬비 스산하여
또 천 줄기 눈물을 재촉하네
피리 부는 이 떠난 뒤 텅 빈 옥루(玉楼)3)
애간장 끊어짐을 누구에게 의지하나4)
가지 하나 꺾어 놓았으나5)
인간 세상에서도 신선 세계에서도
부칠 사람 찾지 못하였네
1) 등나무 줄기로 만든 침대와 누에고치 종이로 만든 휘장은 소박하면서도 고결한 분위기를 위해 송나라 문인들이 즐겨 사용하던 장식품.
2) 고대의 피리 곡으로 매화인(梅花引)이라고도 함. 삼농은 같은 곡조를 세 번 반복하는 것으로 차가운 바람에도 차례차례 꽃을 피우는 매화의 늠름한 자태와 불굴의 기개를 상징함.
3) 진 목공(秦穆公) 때 소사(萧史)는 피리를 불어 봉황을 모을 수 있었음. 이후 그는 아내(진 목공의 딸)와 함께 봉황을 타고 가 신선이 됨. 여기서 피리 부는 이는 남편 조명성을 가리킴.
4) 세설신어, 출면(世说新语·黜免)의 “환공이 촉에 들어가려 싼샤에 이르렀을 때 병사들이 원숭이 새끼를 잡았는데 그 어미가 서글피 울며 강가 낭떠러지 백여 리를 따라 오더니, 배 위에 뛰어올라서는 목숨이 끊어졌다. 배를 갈라 보니 창자가 모두 조각조각 끊어져 있었다. (桓公入蜀,至三峡中,部伍中有得猿子者,其母缘岸哀号,行百馀里,不去,遂跳上船,至便即绝。破视其腹中,肠皆寸寸断。)라는 기록에서 단장(肠断)이라는 말이 유래.
5) 육개(陆凯)의 시 “매화를 꺾어 배달부에게 맡겨, 룽터우 사람에게 부치네. 강남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저 한 가닥 봄만 보내노라 (折梅逢驿使,寄与陇头人。江南无所有,聊赠一枝春)”를 인용.
▶ 1129년(건염 3년) 조명성이 죽은 뒤 쓴 추도사.
고연아(孤雁儿)는 원래 이름이 어가행(御街行)이었음. 고금사화(古今词话) 중 무명씨가 쓴 어가행에 “외로운 기러기 끼루룩 우는 소리 들린다(听孤雁声嘹唳)”라는 구절이 있어 고연아라고 하게 되었음. 어가행은 유영이 사의 정체(正体)를 확립. 서울에서 황제가 순행하는 길을 어가(御街)라 하였고 어가에서 황제와 의장대가 순행을 노래한 것이 어가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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