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 41

어가오, 하늘이 구름 파도와 맞닿아(渔家傲·天接云涛连晓雾)

天接云涛连晓雾,星河欲转千帆舞。仿佛梦魂归帝所。闻天语,殷勤问我归何处。我报路长嗟日暮,学诗谩有惊人句。九万里风鹏正举。风休住,蓬舟吹取三山去! 하늘이 구름파도와 맞닿은 곳, 새벽안개 자욱한데은하수도 뒤틀려 천 척 배가 춤을 추네꿈속 영혼이 옥황상제 앞에 간 것인지하늘의 음성 들리는데어디로 돌아갈 건지 은근히 물어보네 나, 길은 멀고 해는 저무는데1)쓸데없이 시는 배워 사람을 놀래킨다고 고하였네2)구만리 바람에 대붕이 곧바로 올라가듯3)바람아 멈추지 말고돛단배(蓬舟)에 불어 삼산(三山)까지 가게 해 다오4)  1)    “길은 멀고(路长)”는 굴원(屈原)의 ‘이소(离骚)’ 중 “길은 끝이 없고 멀기만 하나, 나는 시종일관 길을 찾아(路曼曼其修远兮,吾将上下而求索)”의 요약이며 “해는 저무는데(日暮)”는 ‘이소’ 중 “저..

이청조/사 2025.03.14

옥루춘, 고운 옥색 봉오리 터뜨릴 때라(玉楼春·红酥肯放琼苞碎)

红酥肯放琼苞碎,探著南枝开遍未。不知酝藉几多香,但见包藏无限意。道人憔悴春窗底,闷损阑干愁不倚。要来小酌便来休,未必明朝风不起。 발그레 살갗이 고운 옥색 받침 터뜨릴 때라남쪽 가지를 찾았으나 아직 벌어지지 않았네얼마나 많은 향기 담았는지 모르지만품은 정 무한함은 보아 알겠네  봄날 창 아래 수척해진 사람근심 걱정에 난간조차 기대지 못하네그냥 술이나 한잔해야 하리니내일 아침 바람 불지 않는다는 법 없음이라  ▶ 1104년(휘종 숭녕崇宁 3년)의 작품. 극심한 신구 당쟁의 여파로 전년에 아버지가 파직되고 이청조는 시아버지 조정지(赵挺之)에게 아버지를 구명하는 시를 보냄. 연좌제의 일환으로 이청조는 볜징에서 고향으로 추방되었다가 사면을 받아 다시 돌아옴. 옥루춘은 고형(顾夐)이 정체를 확립한 사. 사의 첫 구절이 “옥루를..

이청조/사 2025.03.12

자고천, 격자 창문의 차가운 햇빛(鹧鸪天·寒日萧萧上琐窗)

寒日萧萧上琐窗,梧桐应恨夜来霜。酒阑更喜团茶苦,梦断偏宜瑞脑香。秋已尽,日犹长,仲宣怀远更凄凉。不如随分尊前醉,莫负东篱菊蕊黄。 차가운 햇빛이 격자 창문을 쓸쓸하게 비추고오동나무는 밤새 찾아온 서리가 원망스럽네술 떨어지면 쓰디쓴 떡차가 특히 좋으며1)꿈을 깨면 서뇌향(瑞脑香)이 편안해지네 가을이 이미 다해 가거늘해는 여전히 길구나중선(仲宣)의 고향 그리움보다 내 처량함이 더하다2)수시로 술잔 앞에 두고 취함만 못하니동쪽 울타리 국화 꽃송이 노란 뜻을 저버리지 말라3)  1)    송나라 때는 떡 차가 유행하였으며 특히 숙취 해소에는 쓴 차가 좋다고 함.2)    중선(仲宣)은 한나라 말의 문인 왕찬(王粲)의 자. 산양 가오핑(山阳高平, 지금의 산둥 저우현山东邹县) 출신으로 17세 때 전란을 피해 징저우(荆州)로 가 ..

이청조/사 2025.03.11

보살만, 바람 부드럽고 햇살 따사로워(菩萨蛮·风柔日薄春犹早)

风柔日薄春犹早,夹衫乍著心情好。睡起觉微寒,梅花鬓上残。故乡何处是,忘了除非醉。沈水卧时烧⑸,香消酒未消。 바람 부드럽고 햇살 따사로워 벌써 봄이 왔구나막 꺼내 입은 겹저고리, 기분이 상쾌해지네잠에서 깨니 조금 쌀쌀한 기운 느껴지고귀밑머리 위 매화가 흐트러졌네1)  고향 땅은 어디인가취하지 않으면 잊지 못하네누워 있는 동안 심수(沈水)2)가 타 버려향은 사라졌는데 술기운은 사라지지 않네  1)    귀밑머리 위에 꽂은 매화 장식 또는 얼굴의 매화 화장. 태평어람(太平御览) 송서(宋书)에 “남조 송 무제의 수양 공주(寿阳公主)가 함장전(含章殿) 처마 밑에서 낮잠을 자던 중 이마에 매화가 떨어졌는데 닦아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 모양을 흉내 낸 것이 매화장(梅花妆)이다.”라는 기록이 있음.2)    향료 식물 침향(沉香..

이청조/사 2025.03.09

보살만, 기러기 소리 끊어진 푸른 하늘(菩萨蛮·归鸿声断残云碧)

归鸿声断残云碧,背窗雪落炉烟直。烛底凤钗明,钗头人胜轻。角声催晓漏,曙色回牛斗。春意看花难,西风留旧寒。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끊어진 창공에 구름만 몇 점 남았네등 뒤 창에 눈이 흩날리고 향로 연기는 곧바로 올라간다촛불 아래 봉황 비녀(凤钗)1) 반짝이고비녀 꽂은 머리에 인형 장식(人胜) 가볍구나2) 나팔 소리가 새벽 물시계를 재촉하니새벽빛에 두성(斗星)과 우성(牛星)이 자리를 옮기네3)봄 기운에도 꽃 보기가 어려움은서풍에 아직 추위가 남아 있음이라  1)    머리 부분을 봉황 모양으로 장식한 비녀.2)    고대 초나라의 풍습으로 부녀자가 음력 정월 초 리본이나 금박을 사람 모양으로 오려 병풍이나 머리에 붙였음.3)    고대 중국에서는 해와 달, 오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운행하면서 머무르는 ..

이청조/사 2025.03.07

체인교, 뒤쪽 정자에 매화 피어 느낀 감회(殢人娇·后亭梅花开有感)

玉瘦香浓,檀深雪散。今年恨、探梅又晚。江楼楚馆,云闲水远。清昼永,凭阑翠帘低卷。坐上客来,尊前酒满。歌声共、水流云断。南枝可插,更须频剪。莫直待西楼、数声羌管。  옥색 꽃 파리하고 향기 짙은데깊은 붉은 빛 위 눈이 흩어지네 올해 유감인 것은매화 찾음이 이미 늦었음이라강가 누각과 초 땅의 역관1)구름은 한가하고 물은 흐르네맑은 낮은 자꾸 길어져난간에 기대어 낮게 드리운 푸른 발을 말아 올렸다 손님들이 모여 앉고잔에는 술이 가득하네노랫소리와 함께흐르던 물 잦아드는구나남쪽 가지가 꽂을 만하니더 자주 잘라야 하리서루(西楼)2)에서 줄곧 기다리지 말지니 강(羌)족 피리 몇 곡조 들려옴이라3) 1)    창장(长江) 남쪽의 땅을 초 땅이라 함.2)    근심에 잠긴 여인의 거처를 상징. 3)    강족 피리곡 중에 ‘매화 떨어지네..

이청조/사 2025.03.06

완계사. 정원 창문에 봄 색 짙은데(浣溪沙·小院闲窗春色深)

小院闲窗春色深,重帘未卷影沈沈。倚楼无语理瑶琴。远岫出云催薄暮,细风吹雨弄轻阴。梨花欲谢恐难禁。 작은 정원 한적한 창에 봄 색 짙은데무거운 휘장 걷지 않아 그림자 더 어둡구나누각에 기대어 말없이 거문고(瑶琴)1)만 어루만졌네 멀리 봉우리 구름이 땅거미를 재촉하고산들바람 불어 어슴푸레 구름과 희롱한다배꽃 지려 하나 말리지 못함이 두렵네  1)    옥으로 장식한 거문고. 거문고의 미칭으로 쓰임.  ▶ 이 사는 판본에 따라 구양수(欧阳修), 주방언(周邦彦), 오문영(吴文英)의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하고 작자를 적지 않는 것도 있으나 대체로 이청조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음. 사의 풍격을 볼 때 이청조 전기의 것으로 추정됨.

이청조/사 2025.03.04

완계사, 잔 깊고 호박색 짙다 말라(浣溪沙·莫许杯深琥珀浓)

莫许杯深琥珀浓,未成沉醉意先融。疏钟已应晚来风。瑞脑香消魂梦断,辟寒金小髻鬟松。醒时空对烛花红。 잔 깊고 호박색1) 짙다 말라많이 취하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먼저 풀렸구나간간이 울리는 종소리 저녁 바람에 맞장구치네  꿈에서 께 보니 서뇌(瑞脑)2) 향 사라지고비녀(辟寒金)가 너무 작은 걸까 상투 머리(髻鬟) 풀렸구나3)잠은 오지 않고, 붉은 촛불만 멍하니 쳐다보네 1)    술 색깔. 황주(黄酒) 종류로 추정.2)    용뇌향 나무(龙脑香树)에서 채취하는 향료의 이름. 용뇌향(龙脑香) 또는 빙편(冰片)이라고도 하며 실내의 향을 표현하는 문학적 용어로 많이 쓰임. 3)    피한금(辟寒金)은 쿤밍(昆明)에 있다는 전설상의 새. 좁쌀만 한 금을 토해내고 그것으로 물건을 만든다고 함. 4)    계환(髻鬟)은 고대 중국..

이청조/사 2025.03.04

완계사, 봄 햇살 넘실대는 한식날(浣溪沙·淡荡春光寒食天)

淡荡春光寒食天,玉炉沉水袅残烟。梦回山枕隐花钿。海燕未来人斗草,江梅已过柳生绵。黄昏疏雨湿秋千。 봄 햇살 넘실대는 한식날옥로(玉炉)에는 침수향(沉水香) 가느다란 연기 남았는데1)잠 깨어 보니 산 베개(山枕)2) 옆에 머리 장식 떨어져 있네 풀 싸움 한창인데 바다제비(海燕)는 오지도 않네3)강매(江梅)4) 이미 지고 버들은 솜을 날리는데황혼 녘 가랑비에 그네가 다 젖겠네 1)    향로를 미화하여 옥로라고 하였으며 침수향은 진귀한 향료의 이름.2)    베개 양옆이 산처럼 솟아 있는 오목 베개. 3)    누가 진귀한 풀을 많이 모았는지 내기하던 여자들의 놀이.제비가 남방에서 태어나 늦봄 초여름에 바다를 건너 날아온다고 믿었음.4)    강매는 매화의 일종이며 강변에 자라는 매화만 지칭하는 것은 아님.  ▶ 110..

이청조/사 2025.03.03

소중산, 장문궁에 봄이 와(小重山·春到长门春草青)

春到长门春草青,红梅些子破,未开匀。碧云笼碾玉成尘,留晓梦,惊破一瓯春。花影压重门,疏帘铺淡月,好黄昏。二年三度负东君,归来也,著意过今春。 장문궁(长门宫)1)에 봄이 와 봄 풀 이미 푸르고몇몇 붉은 매화 터지려 하나아직 골고루 벌어지지는 않는구나벽운(碧云) 함에서 꺼낸 전옥(碾玉), 찧어서 가루로 만들고2)남아 있던 새벽꿈한잔 봄으로 놀래키어 쫓아내네 겹겹 문에 꽃 그림자 짙게 깔리고담담한 달빛 성긴 발을 덮으니아름다운 황혼이구나이 년에 세 번 동군(东君)을 보내야 하다니3)돌아오라이번 봄은 마음을 다해 지내야 하리  1)    서한(西汉) 때 궁전 이름. 한 무제의 진 황후(陈皇后)가 질투로 총애를 잃어 장문궁으로 쫓겨남. 작자의 고독한 거처를 상징. 2)    차를 마시기 전의 준비 과정. 송나라 때는 차를 향료..

이청조/사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