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사

소중산, 장문궁에 봄이 와(小重山·春到长门春草青)

charmingryu 2025. 3. 2. 17:05

春到长门春草梅些子破,未开匀。碧云碾玉成,留晓梦破一

花影,疏帘铺淡月,好昏。二年三度负东归来也,著意今春

 

장문궁(长门宫)1)에 봄이 와 봄 풀 이미 푸르고

몇몇 붉은 매화 터지려 하나

아직 골고루 벌어지지는 않는구나

벽운(碧云) 함에서 꺼낸 전옥(碾玉), 찧어서 가루로 만들고2)

남아 있던 새벽꿈

한잔 봄으로 놀래키어 쫓아내네

 

겹겹 문에 꽃 그림자 짙게 깔리고

담담한 달빛 성긴 발을 덮으니

아름다운 황혼이구나

이 년에 세 번 동군()을 보내야 하다니3)

돌아오라

이번 봄은 마음을 다해 지내야 하리

 

1)    서한(西) 궁전 이름. 무제의 황후(皇后)가 질투로 총애를 잃어 장문궁으로 쫓겨남. 작자의 고독한 거처를 상징.

2)    차를 마시기 전의 준비 과정. 송나라 때는 차를 향료와 압착하여 떡을 만들어 두었다가 마실 때 빻아서 끓였음. 차 떡을 넣어두던 용구를 용(), 차 떡을 전옥(碾玉)이라 하였고 벽운(碧云)은 차 떡 또는 차 상자 덮개의 무늬를 가리킴.

3)    음력 2월에 윤달이 끼이면 윤달 앞뒤로 입춘이 두 번 있음. 동군은 봄을 주관하는 신. 또는 남편과 2년 동안 헤어져 있었는데 3번째 봄을 보내야 한다는 해석도 있음.

 

창작 배경에는 일전매, 연꽃 향기 사라진 가을(一剪梅·藕香玉簟) 같은 가지 설이 있음.

소중산(小重山)은 소중산령(小重山令), 소충산(小冲山), 유색신(柳色新), 군옥헌(群玉轩), 벽월당(璧月堂), 옥경산(玉京山)이라고도 한다. 소중산은 위장(韦庄)이 만든 사패라고 하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위장에게 용모가 아름답고 천부적으로 글 쓰는 재능이 있는 첩이 있었음. 위장이 매우 사랑하는 첩이었으나 촉주(蜀主) 왕건(王建)에게 빼앗김. 위장이 그리운 마음을 억누르고 쓴 노래가 소중산인데 곡조가 구슬프기 그지없어 첩이 그 노래를 듣고는 억울한 나머지 죽게 됨. 그녀로 인해 생긴 소중산이 점점 사람들에게 기억되어 전하게 되었고 소중산은 애달프게 그리움의 대명사가 됨. 송나라 태종 때 새로운 악보를 만들고 옛 이름을 빌려 소중산이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