晚云收,淡天一片琉璃。烂银盘、来从海底,皓色千里澄辉。莹无尘、素娥淡伫,静可数、丹桂参差。玉露初零,金风未凛,一年无似此佳时。露坐久、疏萤时度,乌鹊正南飞。瑶台冷,阑干凭暖,欲下迟迟。
念佳人、音尘别后,对此应解相思。最关情、漏声正永,暗断肠、花影偷移。料得来宵,清光未减,阴晴天气又争知。共凝恋、如今别后,还是隔年期。人强健,清樽素影,长愿相随。
저녁 무렵 구름이 거두어지고
맑은 하늘엔 한 조각의 유리 광채.
순결한 은빛 쟁반
바다 밑에서 떠올라
하얀 빛이 세상천지를 밝게 비추네.
티끌 하나 없이 투명한 달에
상아(嫦娥)가 우아한 모습으로 서 있고
들쑥날쑥 계수나무들
조용히 셀 수 있다네.
첫 이슬 방울져 맺히고
금풍(金风)* 아직 선선하니
일 년 중 이처럼 좋은 계절이 어디 있으랴.
찬 이슬에 한참을 앉아 있자니
드문드문 반딧불이 지나쳐 가고
까마귀 까치들이 남으로 날아가네.
싸늘한 요대(瑶台)*에 올라
난간이 따스해지기까지 기대어 있다
내려오는 발걸음 너무나도 미련이 남는구나.
그리운 그대
헤어지고 소식 끊긴지 오래
오늘 밤 달에게 부쳐 아픈 마음 달래볼까.
가장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멈추지 않는 물시계 소리이며
소리 없이 애간장을 끊어 놓는 건
슬그머니 옮겨가는 꽃 그림자라.
내일 밤이 되면 어떠려나
휘영청 달빛 여전하다 해도
날이 흐릴지 맑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
지금 헤어지면
우리 서로 그리워하며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 하리니
부디 건강하시며
맑고 그윽한 술과
담박한 달그림자가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바랄 따름이라.
1) 오행(五行) 중 가을은 금(金)에 속하여 가을바람을 금풍이라 불렀음.
2) 옥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전설상 신선들이 거하는 누대. 화려하게 장식된 누각을 이르는 말.
▶ 중추절 달을 보며 님을 그리워하는 내용. 이런 유의 작품은 대개 정치적으로 실의에 빠져 쓰는 경우가 많아 현실도피적인 정취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이 사는 드물게 강건하고 건전한 기상을 나타냄.
녹두압은 당의 교방곡 명이었으며 송나라 때 사패로 발전. 일명 다려(多丽)라고 함. 다려는 비파를 잘 타는 기생의 이름이었으며 원 곡조는 그 기생을 노래하는 것이었음. 조단례에 의해 정체가 완성되었고 이청조 등이 대표작을 남김.
조단례(晁端礼, 1046-1113年)
자는 차응(次膺)이며 지저우 쥐예(济州巨野) 사람. 신종 희녕 6년(1073년) 진사 급제하고 단저우성무주부(单州城武主簿)로 관직 생활을 시작하여 휘종 때 대성부협률(大晟府协律)이 됨. 사집 한재금취외편(闲斋琴趣外篇) 여섯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