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苏轼

洞仙歌·冰肌玉骨(동선가, 얼음같은 피부 옥같은 자태)

charmingryu 2021. 12. 9. 18:45
仆七岁时,见眉州老尼,姓朱,忘其名,年九十岁。自言尝随其师入蜀主孟昶宫中,一日大热,蜀主与花蕊夫人夜纳凉摩诃池上,作一词,朱具能记之。今四十年,朱已死久矣,人无知此词者,但记其首两句,暇日寻味,岂洞仙歌令乎?乃为足之云
冰肌玉骨,自清凉无汗。水殿风来暗香满。绣帘开,一点明月窥人,人未寝,欹枕钗横鬓乱。
起来携素手,庭户无声,时见疏星渡河汉。试问夜如何?夜已三更,金波淡,玉绳低转。但屈指西风几时来,又不道流年暗中偷换。
 
내가 일곱 살 때 메이저우(眉州)*에서 늙은 비구니를 만났는데 성은 주(朱)였고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으며 나이가 90세였다. 그녀가 스승을 따라 촉주(蜀主) 맹창(孟昶)*의 궁으로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독히 더운 어느 저녁 촉주가 화예부인(花蕊夫人)과 함께 모하지(摩诃)*에서 더위를 식히며 시 한 수를 썼는데 주 씨는 가사를 전부 외웠다고 한다. 이제 40년이 지나 주 씨도 죽은 지 오래이고 더 이상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다. 내가 시작 부분 두 구절을 기억하고 있어 한가할 때 자세히 음미해 보니 이것이 바로 '동선가령(洞仙歌令)'이 아닌가?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완성하였다.
얼음 같은 피부와 옥 같은 자태
청량하여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네.
수전궁(水殿宫)에 부는 바람 그윽한 향기 가득하고
자수 휘장 불어 젖히니
한 줄기 달빛이 여인을 홈쳐보네.
아름다운 여인 잠들지 못하고
비스듬한 베개, 비녀 꽂은 머리가 다 헝클어졌네.
 
일어나 그녀의 흰 손을 잡고
적막한 정원에 나가보니
드문드문 별들이 은하수 건너는 것이 보이네.
밤이 얼마나 깊었나 물어보니
벌써 삼경이라
달빛도 희미하고
옥승(玉绳)*은 아래로 선회하여 오네.
그녀 손가락을 꼽으며
서풍(西风)*이 언제 불어올지 헤아려 보네.
부지불식간에
시간이 흘러 슬그머니 계절이 바뀌었네. 

 

1) 지금의 쓰촨성 메이산(眉山) 지역.

2) 오대 십국 시대 때 촉나라의 군주. 31년간 재위에 있었으나 이후 송나라에 항복함. 음률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사에도 정통하였음. 

3) 지금의 청두 자오줴사(昭觉寺)에 있던 못. 수나라 때 만들었으며 촉나라 때 선화지(宣华池)로 개축함.

4) 북두칠성 중 다섯 번째 별을 옥형(玉衡)이라 하였고 옥형 북쪽에 있는 2개의 별을 옥승(玉绳)이라 하였음. 옥승은 서쪽에서 북쪽으로 돌아 천천히 낮아지는데 이를 보고 밤은 얼마나 깊었고 새벽이 얼마나 가까웠는지 판단함. 

5) 봄바람은 동풍, 가을바람은 서풍이라 하였음.

 

▶ 원풍 5년(元丰, 1082년) 소식이 황저우에 있을 때 쓴 사. 
동선가는 당나라 때 교방곡의 이름이었다가 사의 곡조명이 됨. 곡조명은 원래 골짜기에 사는 선인(仙人)의 자유로운 삶을 노래한다는 의미. 소식이 이 사에서 형식을 확립하고 조보지(晁补之) 등이 대표작을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