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秦观

八六子·倚危亭(팔육자, 높은 정자에 기대어)

charmingryu 2021. 12. 25. 07:00
倚危亭,恨如芳草,萋萋刬尽还生。念柳外青骢别后,水边红袂分时,怆然暗惊。
无端天与娉婷,夜月一帘幽梦,春风十里柔情。怎奈向、欢娱渐随流水,素弦声断,翠绡香减,那堪片片飞花弄晚,蒙蒙残雨笼晴。正销凝,黄鹂又啼数声。

 

 
높은 정자에 기대어 있으니
서글픈 마음은 봄날 잡초와 같아
베어도 베어도 다시 자라나네.
버들 숲 너머로 청총(青骢)* 타고 떠날 때
물 가에 서 있던 붉은 소매 그녀.
아픈 가슴 달랠 길 없었네.
 
하늘은 왜 이렇게 아름다움을 내렸는가
달 밝은 밤 은은한 꿈에 빠져드니
십 리 봄바람(春风十里)* 포근하게 어루만졌지.

어찌할 거나

즐거웠던 시절 물 따라 흘러가고
하얀 손 거문고 튕기는 소리 멈춘 지 오래
녹색 비단에 스민 향기 희미한데
한 잎 한 잎 꽃잎 흩날리는 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쳤구나.
고단한 영혼 사무치는 가슴.
꾀꼬리 울부짖음 간간이 들려오네. 

 

1) 푸른색 털과 흰색 털이 뒤섞인 말. 

2) 두목(杜牧)의 시 '송별(赠别)' 중 "십 리 양저우 거리 봄바람 불어, 주렴을 걷어 올린 들 너에게 비할소냐(春风十里扬州路,卷上珠帘总不如)”라는 구절의 인용.

 

▶ 신종 원풍 3년(元丰, 1080년) 32세의 진관은 아직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여 어려운 상황에서 사랑했던 가녀(歌女)와의 이별을 소재로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하는 동시에 인생길 쉽지 않음을 토로함. 

팔육자는 두목(杜牧)의 '팔육자, 규방 깊숙이(八六子·洞房深)'를 정체로 하는 사패. 사패 명은 8운으로 되어 있고 6자 구가 주를 이룬다고 하여 붙여졌음. 진관이 쓴 이 사가 가장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