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曲/周德清

중려·홍수혁(中吕·红绣鞋), 교외를 걷다

charmingryu 2023. 12. 28. 13:03

 

茅店小斜挑草稕,竹篱疏半掩柴门,一犬汪汪吠行人。题诗桃叶渡,问酒杏花村,醉归来驴背稳。

 

시골 술집에 걸린 작은 풀잎 표지()1)

대 울타리에 반쯤 가려진 사립문에서

개 한 마리 지나가는 이에게 왕왕 짖어대네

도엽 나루터(桃叶渡) 2)에서 시를 짓고

싱화촌(杏花村)3) 술집 어딘지 묻다가

취하면 나귀 타고 휘적휘적 돌아온다4)

 

1)    풀이나 베로 술집 표지를 짜서 막대기에 달아 가게 앞에 걸고 손님을 유인하였음.

2)    동진()의 왕헌지()에게 도엽이라는 애첩이 있었는데 그녀는 나룻배를 타고 친화이(秦淮)를 건너 다녔음. 왕헌지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항상 나루터에 맞고 배웅하러 나오곤 하면서 도엽가(桃叶歌)’를 씀. “도엽아 도엽아, 강을 건널 때 노 젓지 마라, 그냥 건너기만 하고 고생할 일 없다, 내가 너를 맞이하러 왔단다(桃叶桃叶,渡江不用楫。但渡无所苦,我自迎接汝。)

3)    두목이 청명()’을 쓴 이후 싱화촌이 술집을 의미하게 됨.

4)    맹호연이 나귀를 타고 시상을 떠올렸다는 고사의 인용.

 

가을

 

穿云响一乘山簥,见风消数盏村醪,十里松声画难描。枫林霜叶舞,荞麦雪花飘,又一年秋事了。

 

산악 가마 한 채 천운향(穿云)1)을 타고

시골 막걸리 견풍소(见风)2)’ 몇 잔 마시니

십 리 솔숲에 부는 바람 그림으로 그리지 못하네

서리 맞은 단풍 숲 이파리들 춤추고

메밀밭엔 눈꽃이 나부끼니

또 일 년 가을 추수가 끝났구나

 

1)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붙인 이름. 4마리의 말이 끄는 산에서 타는 수레.

2)    뿌리, 줄기, 잎 등을 넣고 만든 약으로 풍과 습한 기운의 제거, 근육과 경락을 풀어주고 해독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좋음. 여기서는 술의 이름.

 

겨울

 

中吕·红绣鞋,郊行其三

雪意商量酒价,风光投奔诗家,准备骑驴探梅花。几声沙嘴雁,数点树头鸦,说江山憔悴煞。

 

눈이 내리니 술값이 오를 텐데

풍광은 시인의 가슴으로 달려드니

나귀 타고 매화 찾으러 갈 준비하려네1)

모래톱 부리(沙洲嘴)의 기러기와

나뭇가지 끝 몇 마리 까마귀가

강산이 너무 심하게 초췌해졌다 하네

 

1)    맹호연이 루먼산(鹿)에 거할 때 눈 내리는 날 나귀를 타고 매화를 찾아다님.

 

▶ 원나라 말기가 되면 과거 제도가 부활되어 문인들의 벼슬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짐. 주덕청도 수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함. 이에 실망한 주덕청은 그의 관심을 원나라 때 성행하게 된 곡체(曲体) 문학으로 돌려 작품 활동에 매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