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朱嗣发

摸鱼儿·对西风鬓摇烟碧(모어아, 서풍을 맞아 귀밑머리 구름처럼 흩어지네)

charmingryu 2022. 11. 14. 22:54
对西风、鬓摇烟碧,参差前事流水。紫丝罗带鸳鸯结,的的镜盟钗誓。浑不记、漫手织回文,几度欲心碎。安花著蒂。奈雨覆云翻,情宽分窄,石上玉簪脆。
朱楼外,愁压空云欲坠。月痕犹照无寐。阴睛也只随天意,枉了玉消香碎。君且醉。君不见、长门青草春风泪。一时左计。悔不早荆钗,暮天修竹,头白倚寒翠。
 
서풍을 맞아
귀밑머리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흩어지고
두서없이 떠오르는 옛 추억은 흐르는 물이로구나.
자색 비단 허리띠로 원앙을 묶었던 일과
거울과 비녀의 맹세 생생하건만*
그 사람은 모두 잊었는가
쓸데없이 회문(回文) 수를 놓다가
몇 번이고 마음이 부서졌네.
시들어버린 꽃잎, 꽃자루에 올려놓은들 무슨 소용인가
비 다시 오고 구름 뒤집어지는 것 어찌하랴
사랑은 넓으나 인연은 좁구나
돌 위에서 간 비녀 부러지기 쉬움이라*.

 

붉은색 누각 바깥에는
하늘의 구름이 서글픔에 눌려 떨어지려 하고
달의 흔적이 비쳐 잠들지 못하네.
어둡고 밝음 또한 단지 하늘의 뜻에 따른 것이거늘
초췌해지고 여위는 것 부질없는 짓이라.
그대 때문에 잠깐 취하였으나
그대는 보이지 않네.
장문궁(长门宫)의 푸른 풀, 봄바람에 흐르는 눈물*.
그땐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진작 싸리나무 비녀* 꽂지 못함이 한스러워라
어슴푸레 저녁 대나무 옆에서
하얀 머리 겨울 푸른 나무에 기대어야 하네.
 
1. 남조 진(陈)나라 말기 서덕언(徐德言)과 악창공주(乐昌公主)가 병란으로 헤어질 때 거울을 둘로 나누어 가지며 다시 만날 것을 다짐했던 고사와, 현종과 양귀비가 보석 상자와 금비녀로 결혼을 약속했던 고사의 인용.
2. 전진(前秦) 때 소혜(苏蕙)가 원정을 떠난 남편에게 애타는 심정으로 회문시를 수놓아 보냈다는 고전에서 연인에게 편지를 보내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을 "회문을 수놓는다"라고 하게 되었음.
3. 백거이가 '우물 바닥에서 은병을 건지다(井底引银瓶)'라는 시에서 "돌 위에서 옥비녀를 갈았더니, 옥비녀 중앙이 부러지네. 병은 깊이 빠져 있고 옥비녀는 부러지니 어이할꼬, 오늘 아침 첩이 님과 헤어짐 같구나.(石上磨玉簪,玉簪欲成中央折。瓶沉簪折知奈何,似妾今朝与君别。)"라고 한 뒤 부러진 비녀가 남자가 여자를 배신하고 저버리는 것을 상징하게 됨.
4. 진황후(陈皇后)가 한 무제의 총애를 잃고 장문궁에 유폐된 일에 자신의 처지에 비유.
5. 고대 가난한 여인들이 싸리나무로 비녀를 만들어 썼음. 여자가 가난하여 차림이 남루한 것을 의미.
 
 
▶ 버림받은 아내의 회한을 빌어 망국의 슬픔을 노래. 남송이 멸망한 뒤의 작품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시기는 알 수 없음.
당나라 때 교방곡 중에 모어자(摸鱼子)가 있었으며 북송 초기에 옛 곡조에 의거해 사명을 모어아(摸鱼儿)라고 함. 구양수가 처음 사를 썼으며 조보지(晁补之)가 정체를 확립. 한가한 생활의 정취를 주제로 하였음.
 
주사발(朱嗣发, 1234~1304年)
 
자는 사영(士荣), 호는 설애(雪崖)이며 우청(乌程, 지금의 저장 후저우浙江湖州) 출신. 등사랑(登仕郎)이 된 후 조시(漕试)에 응시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로지 부모 공양에만 힘씀. 이후 송말, 원초에 조정의 부름을 받았으나 거부함. 양춘백설(阳春白雪)에 그의 사가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