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 내내 기생들에게 뿌린 돈 헤아릴 수 없어
날이면 날마다 호숫가에서 취해 지냈었네.
옥총(玉骢)*도 서호(西湖) 길에 익숙해져
거만스럽게 히힝거리며
술집 앞을 지나가네.
살구 향 가득한 곳 울려 퍼지는 풍악소리
푸르른 버들 그늘 아래서 그네를 타는구나.
포근한 바람 십 리 길의 아름다운 여인들
구름 모양 타래머리에 얹은 꽃들 버겁구나.
봄빛 실은 꽃배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못다 쓴 기분
호수 위 물안개에 부어 주었네.
내일은 남은 술기운 지닌 채로*
화전(花钿)* 찾아 오솔길에 나와야지.
1) 푸른색과 흰색 털이 섞여 있는 말.
2) 원래 "내일은 남은 술 다시 들고(明日再携残酒)”였으나 고종이 이렇게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있음.
3) 꽃 모양으로 만든 여자들의 머리 장식.
▶ 유국보가 서호(西湖)의 어느 술집 병풍에 남긴 글. 태상황으로 물러난 고종이 우연한 기회에 이 사를 보고 극찬을 하였고 이를 계기로 유국보가 관직을 얻었다고 함. 1164년(효종 융흥隆兴 2년) 송과 금은 융흥화의(隆兴和议)를 체결하고 이후 30년간 전쟁을 멈춤. 일시적인 평화가 백성들의 결의를 마비시키고 사회 지도층들을 허송세월하게 만듦. 이 사는 이런 사회 현실과 집단적 심리상태의 반영.
옛 거문고 곡에 '풍입송'이 있었는데 죽림칠현 중의 한 사람인 삼국시대 진(晋)나라의 혜강(嵇康)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당(唐)나라 때 스님 시인 교연(皎然) '풍입송가(风人松歌)'를 지음. 송나라 때 안기도(晏几道)가 거문고 곡에 맞추어 사를 짓고 제목을 차용.
유국보(俞国宝, 생몰연대 불상)
호는 성암(醒庵)이며 린촨(临川: 장시 푸저우江西抚州) 출신. 효종 순희(1174~1189년) 때 태학생. 전송사(全宋词)에 사 5수가 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