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한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献给寒溪岭的恋歌)
charmingryu
2025. 6. 5. 12:05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在严冬跟不能忘的人
穿越寒溪岭之间
倒不如来一场突如其来的暴雪
新闻争相报道那场数十年未见的丰饶
汽车蹒跚地行驶
嘈杂中摸索着各自的巢穴,可是
半推半就地抵不过寒溪岭之限界,如果情愿地被束缚
噢噢,炫目的孤立
四周皆是洁白的童话国里
若能甘愿被系,不是足乃是命运
不久天若暗下来,丰饶
将一点点变成恐暴,现实
开始染上恐惧的色彩,可是
直升机出现的时候也
我绝不会挥手
为困雪中的野禽
与山兽,直升机均均撒饲料的时候也。。。
向青青生生的年轻心肠
把乌黑爆弹撒丢的直升机
为河鹿或雉之日用粮食
均均慈悲撒饲料的时候也
我绝不露出衣角
欣然地被系在美美的寒溪岭
因此生仅有的一次短暂祝福,将不知所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