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천, 격자 창문의 차가운 햇빛(鹧鸪天·寒日萧萧上琐窗)
寒日萧萧上琐窗,梧桐应恨夜来霜。酒阑更喜团茶苦,梦断偏宜瑞脑香。
秋已尽,日犹长,仲宣怀远更凄凉。不如随分尊前醉,莫负东篱菊蕊黄。
차가운 햇빛이 격자 창문을 쓸쓸하게 비추고
오동나무는 밤새 찾아온 서리가 원망스럽네
술 떨어지면 쓰디쓴 떡차가 특히 좋으며1)
꿈을 깨면 서뇌향(瑞脑香)이 편안해지네
가을이 이미 다해 가거늘
해는 여전히 길구나
중선(仲宣)의 고향 그리움보다 내 처량함이 더하다2)
수시로 술잔 앞에 두고 취함만 못하니
동쪽 울타리 국화 꽃송이 노란 뜻을 저버리지 말라3)
1) 송나라 때는 떡 차가 유행하였으며 특히 숙취 해소에는 쓴 차가 좋다고 함.
2) 중선(仲宣)은 한나라 말의 문인 왕찬(王粲)의 자. 산양 가오핑(山阳高平, 지금의 산둥 저우현山东邹县) 출신으로 17세 때 전란을 피해 징저우(荆州)로 가 유표(刘表)에게 의탁하나 중용되지 못해 당양(当阳, 후베이 소재) 성루에 올라 등루부(登楼赋)를 써 포부를 이루지 못함과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답답한 심정을 노래하였음.
3) 동진 도연명(东晋陶渊明)의 ‘음주 20수(饮酒二十首)’ 중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고, 느긋하게 남산을 본다(采菊东篱下,悠然见南山)”를 원용하여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심정을 술회.
▶ 이청조가 남쪽으로 피난 간 지 얼마 안 되는 1128년(고종 건염高宗建炎 2년)의 작품으로 추정. 이때 남편 조명성은 장닝(江宁)에서 지부(知府) 자리에 있었는데 사 중의 차고(茶苦)와 몽단(梦断)라는 단어에서 조명성의 죽은 뒤의 작품이라고 추정하기도 함.
자고천은 안기도에 의해 형식이 확정된 사패. 당나라 때 정우(郑嵎)의 시 중 “자고새 하늘을 나는 곳에 집이 있다(家在鹧鸪天)”에서 이름을 딴 것. 송나라 때 하송(夏竦)이 처음 사를 지었고 많은 문인이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