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사

자고천, 격자 창문의 차가운 햇빛(鹧鸪天·寒日萧萧上琐窗)

charmingryu 2025. 3. 11. 15:30

寒日萧萧,梧桐恨夜霜。酒更喜茶苦梦断偏宜瑞

秋已,日犹长,仲宣怀远更凄凉。不如分尊前醉,莫负东篱菊蕊

 

차가운 햇빛이 격자 창문을 쓸쓸하게 비추고

오동나무는 밤새 찾아온 서리가 원망스럽네

술 떨어지면 쓰디쓴 떡차가 특히 좋으며1)

꿈을 깨면 서뇌향()이 편안해지네

 

가을이 이미 다해 가거늘

해는 여전히 길구나

중선(仲宣)의 고향 그리움보다 내 처량함이 더하다2)

수시로 술잔 앞에 두고 취함만 못하니

동쪽 울타리 국화 꽃송이 노란 뜻을 저버리지 말라3)

 

1)    송나라 때는 떡 차가 유행하였으며 특히 숙취 해소에는 쓴 차가 좋다고 함.

2)    중선(仲宣)은 한나라 말의 문인 왕찬(王粲)의 자. 산양 가오핑(高平, 지금의 산둥 저우현山东邹县) 출신으로 17 전란을 피해 징저우()로 가 유표()에게 의탁하나 중용되지 못해 당양(当阳, 후베이 소재) 성루에 올라 등루부(楼赋) 포부를 이루지 못함과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답답한 심정을 노래하였음.

3)    동진 도연명()음주 20(酒二十首)’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고, 느긋하게 남산을 본다(采菊东篱下,悠然南山)를 원용하여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심정을 술회.

 

이청조가 남쪽으로 피난 간 지 얼마 안 되는 1128(고종 건염高宗建炎 2)의 작품으로 추정. 이때 남편 조명성은 장닝(江宁)에서 지부(知府) 자리에 있었는데 사 중의 차고(茶苦)와 몽단(梦断)라는 단어에서 조명성의 죽은 뒤의 작품이라고 추정하기도 .

자고천은 안기도에 의해 형식이 확정된 사패. 당나라 때 정우()의 시 중 자고새 하늘을 나는 곳에 집이 있다(家在鹧鸪)”에서 이름을 딴 것. 송나라 때 하송(夏竦)이 처음 사를 지었고 많은 문인이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