昆曲/长生殿·弹词

구전(九转)

charmingryu 2025. 1. 21. 10:25

琵琶曾供奉元皇帝,重提起心伤泪滴!俺也曾在籍上姓名向那沉香亭花里去承华清宫宴上去追。俺不是家的怀智,绰与咱皆老。俺是弄琵琶却不姓雷,哈他呵!早已身死名垂。俺也不是擅响马仙期。那些多休嗳话题。俺只家亡兵戈沸,因此上孤身流落在江南地。恁官人絮叨叨俺是俺老伶工名年身姓李。

 

이 비파로 개원() 황제를 모셨는데

가슴 아픈 일 다시 노래하니 눈물 떨어지네

나 또한 이원 제자(弟子)로 이름을 올려

침향정(沉香亭)1) 꽃 가운데로 직접 나아가 섬겼으며

화청궁(华清宫)2) 연회에도 나가 수종을 들었다오

나는 하()씨 집안의 회지(怀)3)는 아니나

황번작()4)과 우리는 모두 옛 동료였소

나 비록 비파에 능하나 뇌() 씨 성이 아닌데

그를 깜짝 놀라게는 해준답니다

망할 역적놈, 몸은 이미 죽었으나 이름은 남았도다

나는 방향()5)에 도가 튼 마선기(仙期)6)도 아니라

옛 친구들 자꾸 이야기하지 마시오

나는 그저 난리통에 집안은 망하고 나라는 결딴난 탓에

몸뚱아리 하나 강남에 떠돌고 있을 뿐

어떤 관리가 끊임없이 내가 누군지 캐묻고 괴롭히네

나는 이름은 구년()이요 성은 이()라 하는 늙은 악사올시다

 

1) 장안의 흥경궁(兴庆宫) 안 용지() 동북쪽에 있던 정자.

2) 산시 시안 린퉁(西西安)에 소재했던 당나라 때 궁전. 현종이 수리하여 양귀비와 온천욕을 즐겼음.

3) 현종 때 궁정악사로 비파 연주에 따를 자가 없었다고 함.

4) 황번작(黄旛绰)이라고도 하며 현종 때의 궁정악사로 참군희(参军戏)를 잘하였음. 현종의 신임이 두터워 황번작을 보지 않는 날은 얼굴이 어두웠다고 함. 참군희는 16국 후조()의 석륵(石勒)이 횡령을 저지른 참군 벼슬의 관원을 놀리기 위해 만든 악극.

5) 옛날 타악기의 일종. 두 줄로 매어 단 16장의 얇은 장방형의 철편을 작은 구리 망치로 쳐서 연주함.

6) 현종이 마선기에게 요청하여 양귀비에게 악보와 거문고를 가르쳤다고 함.

  

▶ 구전화랑아(转货郎儿)는 북곡 정궁(北曲)에 속하는 곡패. , 원 시대에 행상인들은 징을 치거나 뱀가죽 북을 흔들며 물품의 이름을 노래로 부르면서 호객하였는데 이들이 부르던 곡조를 화랑아라고 하게 됨. 화랑아는 3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쳐 화랑아, 전조화랑아(转调货郎儿)와 구전화랑아로 나누어짐. 전조화랑아는 화랑아 곡패를 두 부분으로 나누고 중간에 다른 곡조를 삽입한 형태이며 구전화랑아는 한 곡의 화랑아와 8개의 다른 전조화랑아를 연결한 것으로 선율과 박자는 물론 음계의 변화가 심한 것이 특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