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조·황장미대경원정(越调·黄蔷薇带庆元贞), 황궁 수로의 붉은 잎
步秋香径晚,怨翠阁衾寒。笑把霜枫叶拣,写罢衷情兴懒。几年月冷倚阑干,半生花落盼天颜,九重云锁隔巫山。休看作等闲,好去到人间。
가을밤 향기 짙은 길을 걸으며
푸른 누각 차가운 이불(衾寒)1)을 원망하였네
서리 앉은 단풍잎을 주우며 웃음 짓다
마음에 담은 글 쓰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네
차가운 달빛 아래 난간에 기댄 것이 몇 년째인가
반평생 용안(天颜)을 바라보다 꽃은 떨어지는데
아홉 겹 구름이 우산(巫山)을 잠가 가로막아버렸네
보는 것 그만두고 가는 대로 놓아두어라
가다가 부디 사람 사는 세상에 닿기를 원하노라
1) 차가운 이불과 얼음장 같은 베개(衾寒枕冷)는 배우자 없는 사람의 쓸쓸한 처지를 비유.
▶ 황장미(黄蔷薇)와 경원정(庆元贞)을 붙여서 만든 접속곡. 당나라 때 우우(于祐)의 고사를 인용. 우우가 어느 날 우연히 황궁에서 흘러나오는 수로에서 붉은 나뭇잎 하나를 주웠더니 그 위에 “물은 어찌 이다지 급하게 흐르나, 깊은 궁궐 안 종일 심심하여라, 붉은 잎에 바라고 바라니, 부디 인간 세상까지 이르러 다오(流水何太急,深宫尽日闲。殷勤谢红叶,好去到人间。)라는 시가 적혀 있었음. 우우는 종일 이를 음미하며 수개월간 식음을 전폐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나뭇잎 위 붉은 서러움 쓴 것 보았네, 나뭇잎 위에 쓴 시는 누구에게 보내야 할까(曾闻叶上题红怨,叶上题诗寄阿谁。)”라고 두 구를 첨가하여 수로에 흘려보냄. 마침 원래 시를 썼던 궁녀 한(韩)씨가 궁궐에서 나오게 되어 우우와 만나 결혼함.
구덕윤(顾德润, 1320년 전후)
자는 균택(均泽, 일설에선 군택君泽), 호는 구산(九山)이며 쑹장(松江) 출신. 항저우로리(杭州路吏)를 지내고 핑장(平江)으로 옮김. 북궁사기(北宫词纪)와 태평악부(太平乐府)에 그의 산곡이 다수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