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려· 청가아(仙吕·青哥儿)
정월
春城春宵无价,照星桥火树银花。妙舞清歌最是他,翡翠坡前那人家,鳌山下。
봄이 온 성의 정월 대보름 밤처럼 좋은 때가 없으니
은하수 반짝이고 불붙은 나무엔 은빛 꽃1) 만발함이라
아름다운 춤사위 청아한 노랫소리 가장 빼어난 그녀
비취색 언덕 앞 그 사람의 집엔
꽃등(花灯)이 쌓여 산을 이루었구나2)
1) 정월 대보름 밤 갖가지 등불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불붙은 나무 은빛 꽃(火树银花)이라고 함.
2) 정월 보름날 밤에 꽃등을 산 같이 쌓은 것이 전설에 나오는 큰 자라 모양과 같다고 해서 오산(鳌山)이라고 함.
오월
榴花葵花争笑,先生醉读《离骚》。卧看风檐燕垒巢。忽听得江津戏兰桡,船儿闹。
선려· 청가아(仙吕·青哥儿),
석류꽃 해바라기 다투어 웃음짓는데
선생은 취하여 ‘이소(离骚)1)’를 읊는구나
누워서 처마에 제비 둥지 튼 것 보던 중
문득 강변 나룻터에서 노 젓는 소리 들려오니
용선(龙船)들 모여 시끌벅적하여라2)
1) 전국시대 말기 초나라의 굴원(屈原)이 쓴 장편시.
2) 초(楚)나라의 수도 잉두(郢都)가 진(秦)나라 군대에 함락되자 굴원은 미뤄강(汨罗江)에 투신함. 어부들이 배를 저어 그를 찾았던 것을 기념하여 매년 단오 때 용선 대회가 열림.
구월
前年维舟寒漱,对篷窗丛菊花发。陈迹犹存戏马台。说道丹阳寄奴来,愁无奈。
선려· 청가아(仙吕·青哥儿),
작년 가을 물길 돌아 나가는 곳에 배를 매었더니
배 창문으로 만발한 국화 숲이 보였었네
희마대(戏马台)1) 옛 자취 아직 남아 있구나
단양(丹阳)에서는 기노(寄奴)가 온다는 소문이 돌아2)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였네
1) 장쑤 퉁촨현(铜川县) 남쪽에 있던 병마 조련장. 동진 안제 의희(东晋义熙年间, 405~418) 연간에 유유(刘裕, 이후 송 무제宋武帝가 됨)가 손님들을 초청하여 술을 마시며 글을 짓는 연회를 염.
2) 404년 환현(桓玄)이 진(晋)을 이어받자 유유가 징커우(京口), 지금의 전장镇江)에서 그를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킴. 환현이 단양에서 이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하였음. 기노는 유유의 어릴 적 이름.
십이월
隆冬严寒时节,岁功来待将迁谢。爱惜梅花积下雪。分付与东君略添些,丰年也。
엄동설한 추운 시절
계절은 바뀌어 한 해가 끝나려 하네
매화에 쌓인 눈이 너무 소중하여라1)
동군(东君)에게 조금 더 보내 달라 함은
내년 또한 풍년 되기를 바람이라
1) 매화에 쌓인 눈으로 차를 끓인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여 그것을 긁어모아 보관하곤 하였음.
▶ 마치원은 12개월을 순서대로 각 달의 풍물과 경치를 소재로 한 연작시를 썼는데 그중 위 4수가 가장 애송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