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曲/马致远

선려· 청가아(仙吕·青哥儿)

charmingryu 2023. 6. 16. 05:20

정월

 

春城春宵无价,照星桥火树银花。妙舞清歌最是他,翡翠坡前那人家,鳌山下。

 

봄이 온 성의 정월 대보름 밤처럼 좋은 때가 없으니

은하수 반짝이고 불붙은 나무엔 은빛 꽃1) 만발함이라

아름다운 춤사위 청아한 노랫소리 가장 빼어난 그녀

비취색 언덕 앞 그 사람의 집엔

꽃등(花灯)이 쌓여 산을 이루었구나2)

 

1) 정월 대보름 밤 갖가지 등불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불붙은 나무 은빛 꽃(火树银)이라고 함.

2) 정월 보름날 밤에 꽃등을 같이 쌓은 것이 전설에 나오는 자라 모양과 같다고 해서 오산()이라고 함.

 

오월

 

榴花葵花笑,先生醉《离檐燕。忽听得江津戏兰桡,船儿闹

  

선려· 청가아(·), 

 

석류꽃 해바라기 다투어 웃음짓는데

선생은 취하여 이소()1)’를 읊는구나

누워서 처마에 제비 둥지 튼 것 보던 중

문득 강변 나룻터에서 노 젓는 소리 들려오니

용선()들 모여 시끌벅적하여라2)

 

1) 전국시대 말기 초나라의 굴원(屈原)이 쓴 장편시.

2) ()나라의 수도 잉두(郢都)가 진()나라 군대에 함락되자 굴원은 미뤄강()에 투신함. 어부들이 배를 저어 그를 찾았던 것을 기념하여 매년 단오 때 용선 대회가 열림.

 

구월

 

前年维舟寒漱,对篷窗丛菊花发。陈迹犹存戏马台。说道丹阳寄奴来,愁无奈。

 

선려· 청가아(·), 

 

작년 가을 물길 돌아 나가는 곳에 배를 매었더니

배 창문으로 만발한 국화 숲이 보였었네

희마대(戏马)1) 옛 자취 아직 남아 있구나

단양(阳)에서는 기노(寄奴)가 온다는 소문이 돌아2)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였네

 

1) 장쑤 퉁촨현() 남쪽에 있던 병마 조련장. 동진 안제 의희(熙年, 405~418) 연간에 유유(, 이후 송 무제宋武帝가 됨)가 손님들을 초청하여 술을 마시며 글을 짓는 연회를 염.

2) 404년 환현(桓玄)이 진()을 이어받자 유유가 징커우(京口), 지금의 전장)에서 그를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킴. 환현이 단양에서 이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하였음. 기노는 유유의 어릴 적 이름.

 

십이월

 

隆冬严寒时节,岁功来待将迁谢。爱惜梅花积下雪。分付与东君略添些,丰年也。

 

엄동설한 추운 시절

계절은 바뀌어 한 해가 끝나려 하네

매화에 쌓인 눈이 너무 소중하여라1)

동군()에게 조금 더 보내 달라 함은

내년 또한 풍년 되기를 바람이라

 

1) 매화에 쌓인 눈으로 차를 끓인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여 그것을 긁어모아 보관하곤 하였음.

 

▶ 마치원은 12개월을 순서대로 각 달의 풍물과 경치를 소재로 한 연작시를 썼는데 그중 위 4수가 가장 애송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