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双调·殿前欢】(쌍조·전전환)
酒杯浓,一葫芦春色醉山翁,一葫芦酒压花梢重。随我奚童,葫芦乾兴不穷。谁与共。一带青山送。乘风列子,列子乘风。
酒新篘,一葫芦春醉海棠洲,一葫芦未饮香先透。俯仰糟丘,傲人间万户侯。重酣后,梦景皆虚谬。庄周北蝶,蝶化庄周。
잔 속 술향기 진하도다
호리병박 속 춘색(春色)1)이 산 늙은이(山翁)2)를 취하게 하네.
술병 걸어 놓은 꽃나무 가지 힘겨워하는구나.
서동(书童)도 덩달아 나를 따르니
호리병박은 비었건만 흥은 마르지 않네.
돌아가는 길 누구와 함께할까
청산들이 배웅하니
바람을 탄 열자(列子)3)로다.
열자가 바람을 타고 가네.
막 빚어낸 술을 담은 그릇
해당화 핀 모래톱에서 봄 한 병에 취하니
호리병박 하나 비우기도 전에 향기에 먼저 물들었네.
술지게미 언덕을 바라보며
인간 세상 만호후를 비웃노라.
잔뜩 취한 뒤
꿈 같은 세상 모두 허무하구나.
장주(庄周)가 나비로 된 것이냐
나비가 장주로 된 것이냐
1) 송나라 때 안딩군왕(安定郡王)이 감귤로 술을 빚고 둥팅춘색(洞庭春色)이라고 부름.
2) 산간(山简, 자는 계륜季伦)을 가리키며 진(晋)나라 때 샹양(襄阳)에서 주둔하며 술을 좋아해서 외출만 하면 술에 취해 돌아옴.
3) 전국시대 정(郑)나라 사람 열어구(列御寇). 도가의 경전인 열자(列子) 8편을 지었다고 전해지며 장자 소요유(庄子·逍遥游)에서 바람을 타고 다녔다고 기록함.
▶ 노지는 원나라 초기의 고관으로 안빈낙도를 소망하는 작품을 많이 씀. 옛 문인들은 술을 빌려 심경을 술회하는 경우가 많아 술을 시를 낚는 갈고리라고 불렀음. 이 시도 노지가 취기에 편승하여 꾸밈없이 쓴 작품.
전전환(殿前欢)은 극곡, 산곡투수 및 소령에 많이 사용된 곡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