汉宫春·立春日(한궁춘, 입춘)
春已归来,看美人头上,袅袅春幡。无端风雨,未肯收尽余寒。年时燕子,料今宵,梦到西园。浑为办,黄柑荐酒,更传青韭堆盘。
却笑东风从此,便薰梅染柳,更没些闲。闲时又来镜里,转变朱颜。清愁不断,问何人,会解连环。生怕见,花开花落,朝来塞雁先还。
봄이 벌써 왔나 보다
여인네들 머리 위에
춘번(春幡)*이 하늘거리네.
까닭 없는 비바람에
꽃샘추위 가실 줄 모르는구나.
작년에 왔던 제비
추측건대 오늘 밤에는
꿈결 중 서원(西园)*으로 돌아가리라.
감귤주(黄柑荐酒)*는 물론이요
하물며 나물 음식(青韭堆盘)*들
준비조차 못 하였구나
이제 동풍 불어 웃을 따름이니
매화 향기 버들 물들이느라
여념이 없네.
한가할만하면 또 거울 속에 찾아와
붉었던 얼굴 바꾸어 놓는구나.
끓임 없이 생겨나는 시름
누가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으랴*
보기 두려워라
꽃이 피었다 지는 것
아침이 오면 변방 기러기 먼저 돌아가리니
1) 입춘이 되면 채색 비단을 잘라 꽃, 나비, 제비 등의 모양으로 장식을 만들어 부녀자들이 머리에 꽂거나 꽃나무 가지에 매어두는 풍습이 있었는데 특히 송나라 때 유행하였음.
2) 한나라 때 장안 서쪽에 상림원(上林苑)이 있었고 북송 수도 볜징의 서문 바깥에는 경림원(琼林苑)이 있었는데 모두 서원이라고 불렀음.
3) 섣달그믐에 감귤로 빚은 술. 서로 나누면서 축하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음.
4) 오신반(五辛盘)이라고도 하며 입춘에 파, 마늘, 부추, 냉이, 쑥 등의 싹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으며 새해를 맞음.
5) 진 소왕(秦昭王)이 제나라에 옥연환(玉连环)을 보내어 "제나라에 현명한 사람이 많다고 하나 이 연환을 풀 수 있겠는가?"라고 시험하였는데 군신 중에 아무도 방안을 찾지 못하자 왕후가 송곳을 가져와 깨뜨렸다는 고사의 인용.
▶ 1163년(효종 융흥隆兴 원년) 금나라에 수도를 함락당하고 남쪽으로 피난 온 후 징커우(京口)에 있으며 쓴 사로 남송으로 이주한 뒤 첫 번째 작품으로 추정. 옛 도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야 하는 사나이의 절망감, 일시적인 평화에 급급한 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