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黄庭坚

定风波·次高左藏使君韵(정풍파, 고좌장 사군의 운을 받아서)

charmingryu 2021. 12. 19. 14:09
万里黔中一漏天,屋居终日似乘船。及至重阳天也霁,催醉,鬼门关外蜀江前。
莫笑老翁犹气岸,君看,几人黄菊上华颠?戏马台南追两谢,驰射,风流犹拍古人肩。
 
일만리 쳰저우(黔州)에 하늘이 줄줄 새어
종일 방구석에만 있으며 배를 탄 것 같구나.
중양절이 되니 마침내 날이 개어
귀문관(鬼门关)* 밖 수강(蜀江) 강변에 가서
취하기를 재촉하였네. 

 

노인네라고 웃지 말게, 여전히 기개 꿋꿋하니
여보시게
흰 머리에 노란 국화 꽂는 사람 몇이나 되겠나?
남쪽 희마대(戏马台)의 양사(两谢)*를 좇아
말 달리며 활을 쏘고
옛 영웅호걸들과 어깨 부딪치며 풍류를 견주리라.  
 
1) 귀문관(鬼门关):석문관(石门关)이라고도 함. 충칭시 펑졔현(奉节县) 동쪽에 있는 관문. 
2) 중양절에는 머리에 국화를 꽂는 풍속이 있었으나 백발의 노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 
3) 희마대는 항우가 쉬저우(徐州) 남쪽에 지은 군사 훈련장. 진(晋)나라 시인 사잠(谢瞻)과 사영운(谢灵运)이 희마대를 소재로 시를 씀.
 
 
▶ 철종 소성 2년(绍圣, 1095년) 황정견은 신종실록이 부실하다는 죄명으로 푸저우 별가(涪州别驾)로 쫓겨나 쳰저우(黔州)에서 험난한 인생 역정을 시작함. 이 사는 그가 쳰저우에서 고우(羽)와 교류하며 쓴 사. 좌장은 왼편 국고의 관리이며 사군(使君)은 중앙에서 파견된 벼슬아치를 부르는 존칭. 고우는 원래 문인이었으나 수차례 과거에 낙방한 뒤 무관으로 전환하여 칠품까지 오름. 황정견과는 소성 4년 교류를 시작함. 당시 쳰저우는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 황정견은 고우에게 특별히 친밀감을 느끼고 사군이라는 경칭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