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赵佶

燕山亭·北行见杏花(연산정, 북행하며 살구꽃을 보다)

charmingryu 2021. 7. 12. 05:27

裁剪冰绡,轻叠数重,淡著胭脂匀注。新样靓妆4,艳溢香融,羞杀蕊珠宫女5。易得凋零,更多少、无情风雨。愁苦, 问院落凄凉,几番春暮。

凭寄6离恨重重,者7双燕,何曾会人言语。天遥地远,万水千山,知他故宫何处。怎不思量,除梦里、有时曾去。无据8 ,和9梦也新来不做。

 

보드랍고 새하얀 비단을 마름질하여

살포시 몇 겹씩 접은 듯한 꽃잎 위에 

연지를 토닥거려 옅게 칠해 놓은 것일까

새로 단장한 아름다운 옷에

어여쁜 색과 맑은 향기 스며드니

예주궁(蕊珠宫)*의 선녀가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네

시들어버리기 십상인 얼굴

하물며

무정한 비바람을 당하였으니

슬프고 괴로워라

처량한 정원에 물어보네

늦은 봄은 몇 번이나 지나야 하는 것이냐

 

쌓이고 쌓인 이별의 슬픔, 누구에게 부치나

한쌍의 제비일까

어찌 사람의 이야기를 알 수 있으랴

일만의 강과 일천의 산을 넘어

세상 끝까지 끌려왔으니

옛 궁전은 도대체 어디쯤인가

어찌 그립지 않을 수 있으랴

단지 꿈에서라도

때때로 갈 수 있다면

쓸데없구나

고통스러운 밤 꿈조차 꾸지 못하니

 

* 예주궁 : 도교에서, 신선이 살고 있다는 궁전의 이름

 

 

1127년 금나라는 북송을 멸망시키고 휘종(徽宗) 조길과 아들 흠종 조환(钦宗赵桓)을 포로로 잡아 북방 우궈청(五国城)으로 끌고 감. 도중에 살구꽃을 보고 자신의 처지가 연상되어 이 사를 씀.

 

조길(赵佶, 1082~1135년)

 

휘종(徽宗), 신종(神宗)의 아들. 25년간(1100 ~ 1125년) 재위에 있음. 극도로 사치함을 즐겨 동물원, 도교사원 등을 건설하느라 세금 증액을 남발하여 국정이 날로 피폐해지고 허베이(河北), 저둥과 저시(东、西) 등지에서 농민 봉기가 폭발함. 1125년(宣和七年) 금나라가 남하하자 연말에 아들에게 양위하고 본인은 태상황(太上皇)이 됨. 1127년(靖康二年) 금나라의 포로로 잡혀갔다 우궈청(五国城, 지금의 헤이룽장 이란黑龙江依兰)에서 죽음. 옛 유물, 그림, 연주, 노래, 사부(词赋) 등 정통하지 않은 부문이 없었으나 작품의 대부분이 소실되고 몇 점의 그림과 '송휘종사(宋徽宗词)'가 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