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诗)/许浑

早秋(초가을)

charmingryu 2021. 2. 17. 11:59

其一(제일수)

 

遥夜泛清瑟,西风生翠萝。 残萤栖玉露,早雁拂金河。

高树晓还密,远山晴更多。 淮南一叶下,自觉洞庭波。

 

청량함 가득한 긴긴밤

푸른 풀잎 사이로 서풍이 불면

때늦은 반딧불이 이슬 방울 아래 잠을 청하고

초가을 밤하늘엔 기러기떼 별을 스치네.

새벽녘 높은 나무 여전히  무성한 잎사귀

멀리 보이는 산은 더없이 맑기만 하다.

화이난(淮南)의 나무 낙엽이 지니

둥팅(洞庭)에서는 파도가 임을 알겠구나.

 

其二(제이수)

 

一叶下前墀,淮南人已悲。 蹉跎青汉望,迢递白云期。

老信相如渴,贫忧曼倩饥。 生公与园吏,何处是吾师。

 

계단 위 낙엽이 떨어지기도 전에

화이난의 늙은이 벌써 마음이 아프다.

우물쭈물 은하수(青汉) 바라보기만 하다

높은 하늘 흰구름 헛된 기대였다네.

늙고 병든 것이 사마상여(司马相如)*와 같고

가난하여 굶주림은 만청(曼倩)*같이 되었구나.

생공(生公)과 원리(园吏)* 중에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야 하는가.

 

* 사마상여(司马相如):한나라때의 저명한 사부(辞赋) 작가. 어릴 때부터 공부와 검술을 수련하였으나 경제(景帝)가 사부를 좋아하지 않아 중용되지 못함. 사기·사마상여 열전(史记·司马相如列传)에서 "상여는 말을 더듬었으나 글에 뛰어났으며 항상 소갈증으로 고생했다."라고 기록함. 무제(武帝) 즉위후 부름을 받았으나 결국 병사함.

* 만청(曼倩):동방삭(东方朔)의 字. 무제(武帝)때 태중대부(太中大夫)를 지냄. 기발나고 유머가 많아 무제가 놀이 상대로 삼음.

* 생공(生公) : 양(梁)나라 때의 스님이며 이름은 축도생(竺道生). 쑤저우 후치우사(虎丘寺)에서 열벽경(涅檗经)을 강론하였으나 사람들이 믿지 않아, 돌을 모아 놓고 강론하자 돌들이 머리를 숙였다는 전설이 있음.

  원리(园吏):식물원과 동물원을 관리하던 관직. 장자(庄子)가 치원(漆园)의 관리로 일한 적이 있어 장자를 원리 또는 치원리(漆园吏)라고 부름.

 

其三(제삼수)

 

蓟北雁犹远,淮南人已悲。 残桃间堕井,新菊亦侵篱。

书剑岂相误,琴樽聊自持。 西斋风雨夜,更有咏贫诗。

 

지베이(蓟北)*의 기러기 남쪽으로 멀어지면

화이난의 늙은이 벌써 마음이 아프다.

따고 남은 복숭아들 사이엔 허물어진 우물

새로 핀 국화가 울타리를 넘보는구나.

글과 칼이 미치지 못함이랴?

거문고와 한잔 술로 무료함 달래면서

비바람 부는 밤 서쪽 서재에 앉아

안빈(安贫)의 삶 노래하는 시 한수 읊어보네.

 

* 지베이(蓟北):성 서북쪽에 지치우(蓟丘)가 있어 연유한 이름. 베이징의 서남쪽에 옛터가 있음.

 

 

관직에서의 계속되는 좌절 가운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당혹스러움, 강변에서 허무하게 늙어가는 신세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시. 당시 삼백수에는 제1수가 선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