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宋词 王沂孙

天香·龙涎香(천향, 용연향)

charmingryu 2018. 7. 26. 09:03
孤峤蟠烟,层涛蜕月,骊宫夜采铅水。汛远槎风,梦深薇露,化作断魂心字。红甆候火,还乍识、冰环玉指。一缕萦帘翠影,依稀海天云气。
几回殢娇半醉。剪春灯、夜寒花碎。更好故溪飞雪、小窗深闭。荀令如今顿老,总忘却、樽前旧风味。谩惜余熏,空篝素被。

 

홀로 우뚝 선 암초를 휘감은 안개
겹겹 파도 허물을 벗고 나타난 달
깊은 밤 인어가 용궁에서 맑은 눈물을 모은다.
만조 때 뗏목을 타고 멀리 나가
깊은 밤 장미꽃 맑은 이슬에 섞어
심자향(心字香)*을 만들어 더욱 슬프게 하네.
붉은색 자기 함에 넣어 약한 불로 말리니
가냘픈 손가락 영롱한 반지 같다는 것을
문득 알게 되었네.
휘장을 감싼 한 줄기 푸른 연기
수평선 아른거리는 옅은 구름이로다.
 
취한 듯 만 듯 아양이 몇 번이었나
봄 등불 심지 자르면
추운 밤 꽃이 부서져 날렸네.
고향 계곡에 흩날리는 눈은 더욱 좋았으니
작은 창 굳게 닫았음이라.
이젠 순령(荀令)*도 어느새 나이가 들어
옛적 술잔 앞에서의 풍류를
조만간 잊게 되겠지.
그때 남았던 향내가 애석하여
텅 빈 향로를 하얀 이불로 덮었네.
 
1. 용연향(龙涎香)은 향유고래의 장내 분비물로 만듦. 향유고래는 길이가 15~20m에 달하고 콧구멍이 머리 위에 위치하여 마치 분수를 쏘아 올리는 것 같아 용이 주위를 구름 기운으로 뒤덮는다고 여겼음. 용연향은 용이 대양의 큰 암초에 누워 토해 낸 침이 수면에 떠 있다가 태양열에 의해 정련되어 만들어진다고 생각함.
2. 심자(心字)는 원래 전향(篆香)의 형상 중 하나. 용연향이 정미를 거치면 심자(心字)로 변한다고 함. 당송 시절에 전서 모양의 향을 만들어 피우는 것이 유행.
3. 삼국시대 위나라의 순욱(荀彧). 상서령(尚书令)을 지냈으며 향 피우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고 함.
 
▶ 왕기손(王沂孙)은 남송 이종(理宗) 때 태어나 원나라 때까지 생존. 남송이 멸망한 뒤 원나라의 총관인 스님 양려진가(杨琏真伽)가 후이지(会稽)에 있던 남송 제후의 묘를 도굴하였는데 관을 열었을 때 송 이종의 얼굴이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였음. 도굴자들이 수은을 받기 위해 시체를 나무에 걸어 놓았다가 후에 유골은 풀숲에 유기하였음. 당각(唐珏), 임경희(林景熙) 등이 이 소식을 듣고 비분강개하여 마을 사람들을 모아 유해를 수습하여 매장. 당각(唐珏), 왕기손(王沂孙) 등이 조직을 결성하여 용연향(龙涎香), 백련, 매미, 순채, 게 등을 주제로 망국의 아픔을 사로 표현하였는데 이 작품도 그중의 하나임. 

 

왕기순(王沂 1230?1291?)

 

자는 성여(圣与), 호는 벽산(碧山), 중선(中仙), 위쓰산인(玉笥山人)이며 후이지(稽, 지금의 저장 사오싱绍兴) 사람. 멸망한 고국에 대한 아픔을 노래한 작품이 많으며, 시풍이 우아 소박하며 문장의 변화가 심하고 치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