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阳台·落梅(고영대, 매화 떨어지다)
寿阳空理愁鸾。问谁调玉髓,暗补香瘢。细雨归鸿,孤山无限春寒。离魂难倩招清些,梦缟衣、解佩溪边。最愁人,啼鸟晴明,叶底青圆。
궁녀 얼굴에 남은 분 자국인가
구름 사이 비치는 선녀의 자태인가
인적 없는 벌판 물살 거칠게 굽이치는 곳.
옛 돌무더기 아래 향기를 묻고
금빛 모래밭에 마디마디 쇄골을 숨겼구나.
남쪽 누각에서 들리는 피리 곡조 탓하지 않으나
천리 온 산에 불어오는
새벽바람은 야속하다.
꽃잎 절반이나 져버린
황혼의 정원
난간의 달빛 차가워라.
수양(寿阳) 공주 공연히 거울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하는 말
"누가 옥수(玉髓)를 만들어 주어
남몰래 고운 뺨 흉터 화장할까"*
이슬비 내리는 중 돌아가는 기러기
고산(孤山)*의 봄추위는 끝나지를 않네
떠나버린 영혼 불러오기 어려워라
꿈속의 새하얀 명주옷 모습
계곡 물가에서 옥패를 풀어주었네.*
가장 슬픈 것은
파랗게 갠 하늘 새들의 울음소리와
나뭇잎 아래 푸르고 둥근 매실이라
1. 남조 송 무제(武帝)의 수양(寿阳) 공주가 처마 밑에 누워 있을 때 이마에 매화가 떨어졌으나 닦아내지 않고 있다가 3일이 지나 씻어 냄. 궁녀가 재미있게 여겨 흉내를 낸 것에서 매화 화장이 유래.
2. 삼국시대 오나라의 오손(吴孙)이 술에 취해 춤을 추다 실수하여 등(邓) 씨 부인의 뺨에 상처를 내어 온 얼굴에 피가 낭자하였는데 의원이 하얀 수달의 골수를 잡옥(杂玉), 호박(琥珀) 가루와 섞어 상처 자국을 치료함.
3. 송나라 문인 임포(林逋)가 항저우 서호 변의 고산(孤山)에 은거하면서 매화를 심고 학을 길러 사람들이 매처학자(梅妻鹤子)라고 부름.
4. 선녀 강비이녀(江妃二女)가 장한(江汉, 장강과 한수이 사이 지역) 강가에 놀러 갔다가 정교보(郑交甫)를 만나 너무 기뻐서 패(佩)를 풀어 주었다는 고사의 인용. 이후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사랑의 증표를 강비패(江妃佩)라고 하게 됨.
▶ 처와 첩이 연이어 죽고 난 뒤의 사무치는 마음을 노래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