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宋词 姜夔

一萼红·古城阴(일악홍, 옛 성벽 그늘)

charmingryu 2018. 1. 4. 13:09
丙午人日,予客长沙别驾之观政堂。堂下曲沼,沼西负古垣,有卢橘幽篁,一径深曲。穿径而南,官梅数十株,如椒、如菽,或红破白露,枝影扶疏。着屐苍苔细石间,野兴横生。亟命驾登定王台,乱湘流,入麓山,湘云低昂,湘波容与,兴尽悲来,醉吟成调。
 
古城阴,有官梅几许,红萼未宜簪。池面冰胶,墙腰雪老,云意还又沉沉。翠藤共闲穿径竹,渐笑语惊起卧沙禽。野老林泉,故王台榭,呼唤登临。
南去北来何事。荡湘云楚水,目极伤心。朱户黏鸡,金盘簇燕,空叹时序侵寻。记曾共西楼雅集,想垂杨还袅万丝金。待得归鞍到时,只怕春深。

 

병오년 인일(人日)* 나는 창사 별가(别驾)*의 관정당(观政堂)에 손님으로 머무르고 있었다. 관정당 아래의 연못은 서쪽으로 옛 성벽을 접하고 있었으며, 연못 주변에 우거진 비파나무와 대나무 숲 사이로 고즈넉한 오솔길이 나 있었다. 오솔길을 따라 남쪽 끝으로 나가니 관청에서 심은 수십 그루 매화나무숲이 나왔고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달렸는데 작은 것은 산초열매 같고 큰 것은 콩알 같았다. 간혹 꽃봉오리가 터져 붉은색 흰색 꽃잎을 피운 것도 있었다. 무성한 나뭇가지 그림자 밑에서 나막신을 신고 이끼 낀 돌들 사이를 걷다 불현듯 마음이 동하여 수레꾼에게 정왕대(定王台)*에 오를 것을 독촉하였다. 샹강(湘江)을 가로 건너 루산(麓山)*에 올라 아래로 구름이 깔려 있고 강물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보다 보니 결국 흥이 다하고 비감한 마음이 들어 술김에 이 사를 읊었다. 

 

옛 성벽 그늘에 
관에서 심은 매화가 다소 있어
빨간 꽃봉오리 아직 머리에 꽂기 이르네
연못 위 얼음은 단단하게 얼어 있고
담 허리에 내린 눈 쌓인지 오래인데
하늘의 구름 눈 내릴 기세 여전하구나.
우리 같이 푸른 덩굴 뒤엉킨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웃고 이야기하는 소리에
모래톱에서 잠자던 새들 화들짝 놀라 달아나네.
수풀 우거진 산속에 사는 늙은이들
옛 임금 궁전 터에
서로 불러가며 올라가네.

 

동서남북 정처 없이 떠돔은 무슨 일인가

후난의 구름과 후베이의 물 오가는 모습

멀리 바라다볼수록 가슴이 아프다.

붉은 대문에는 닭 그림이 붙어 있고

입춘 맞이 쟁반에 제비 모양 음식 가득하니

끊임없이 계절 바뀜을 탄식할 따름이라.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 건

서루(西楼)에서의 가슴 설레던 만남

늘어진 버들가지들

지금 또 만 가닥 금색 실을 하늘거리고 있겠지.

말 달려 돌아가는 날 기다리고 있으나

봄이 깊었음을 염려하노라.

 

1) 음력 정월 초칠일. 고대 음력에서는 정월 초하루를 계(鸡), 초이틀을 구(狗), 초사흘을 주(猪), 초나흘을 양(羊), 초닷새를 우(牛), 초엿새를 마(马)라고 하였음.

2) 자사(刺史)를 보좌하던 관직으로 통판(通判)이라고도 함. 자사가 관할 구역을 순시할 때 별가는 수레를 타고 수행하였다고 하여 붙은 이름. 여기의 별가는 후난 탄저우(湖南潭州) 통판 소덕조(萧德藻).

3) 창사성(长沙城) 동쪽에 있는 한(汉)나라의 장사정왕(长沙定王)이 건축한 축대. 

4) 웨루산(岳麓山)이라고도 하며 창사성 서쪽에 있음.

 

 

▶ 1186년(효종 순희 13년) 강기가 32세 때 창사(长沙)에 머무르며 지음. 허페이의 연인을 그리는 작품 중 가장 초기의 것. 허페이의 연인과 처음 만났던 적란교(赤兰桥)에는 버드나무가 울창하였고, 헤어질 때는 매화가 피던 시절이라 버들과 매화는 모두 허페이에서의 사랑을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