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词)/宋词 姜夔

翠楼吟·月冷龙沙(취루음, 달빛 차가운 사막)

charmingryu 2017. 12. 18. 08:46
淳熙丙午冬,武昌安远楼成,与刘去非诸友落之,度曲见志。予去武昌十年,故人有泊舟鹦鹉洲者,闻小姬歌此词,问之,颇能道其事,还吴为余言之;兴怀昔游,且伤今之离索也。
 
月冷龙沙,尘清虎落,今年汉酺初赐。新翻胡部曲,听毡幕元戎歌吹。层楼高峙。看槛曲萦红,檐牙飞翠。人姝丽,粉香吹下,夜寒风细。
此地宜有词仙,拥素云黄鹤,与君游戏。玉梯凝望久,叹芳草萋萋千里。天涯情味。仗酒祓清愁,花销英气。西山外,晚来还卷,一帘秋霁。
 
순희 병오년(淳熙丙午年) 겨울, 우창(武昌)에 안원루(安远楼)가 완공되어 유거비(刘去非) 등 친구들과 낙성식에 참석하였다가 이 사를 쓰게 되었다. 내가 우창을 떠난 지 십 년이 지났을 때 앵무주(鹦鹉洲)*에 배를 대고 거주하던 친구가 젊은 기녀가 이 사를 부르는 것을 듣고 이 사의 연유를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친구가 오(吴) 땅으로 돌아와 나에게 이 일을 말해 주자 옛날 같이 놀러 다니던 친구들이 그리워지면서 홀로 멀리 떠나 사는 작금의 외로움이 더욱 사무치게 되었다.
 
변방 사막 차가운 달빛 
성 주위  죽책엔 싸움 먼지 깨끗하여
올해 처음 연회가 허락되었네*.
새로운 호부곡(胡部曲)*이 연주되고
장군의 막사에선 노랫소리 들려온다.
누각은 높이 솟아 구름에 닿았고
붉은색 난간 굽이굽이 휘돌며
비취색 처마 끝은 날개를 활짝 폈네.
저 여인은 어찌 그리 고운가
차가운 밤 잔잔한 바람에
분 향기 은은하게 실려오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어찌 문장의 신선이 없으랴
황학 타고 구름 가운데서  내려와
친구들과 흥이 다하도록 즐기리라*.
화려한 누각에 올라 하염없이 바라보니
녹음방초만 천 리 길에 우거졌네.
천하를 떠도는 속마음을 누가 알까
술에 의지하여 근심을 달래고
꽃구경이나 하며 영웅호걸의 기상 소진하리
서산 너머로
저녁이 찾아와 주렴을 올려 보니
가을비 지나간 뒤 맑은 하늘이로구나.
 
1) 후베이 한양(汉阳) 서남쪽 장강 안에 있는 사주. 
2) 송나라가 남쪽으로 이전한 후 우창은 금나라를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나 화의가 성립된 후 일시적으로 이 사와 같은 평화기가 찾아오고 누각 이름 안원루(安远楼)도 이런 의미를 담고 있음. 조정에서는 그동안 금지되었던 연회를 예외적으로 허락하였는데 이를 사포(赐酺)라고 함. 
2) 비파(琵琶) 곡의 일종으로 당나라 때 중국으로 들어와 유행하게 된 시량(西凉) 지역의 노래. 이후 이민족 음악을 지칭하는 말이 됨.
3) 안원루 서북쪽에 황학루(黄鹤楼)가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선인(仙人) 자안(子安)이 학을 타고 이곳을 지나며 "이처럼 지세가 뛰어난 곳이라면 틀림없이 사선(词仙)이 흰 구름 황학을 타고 와 사를 지어 경하하며 사람들과 같이 어우러져 즐기리라."라고 하였음.
 
 
▶ 1180년(효중 순희 13년) 가을 강기는 한양(汉阳)부 한추안(汉川)현의 누나 집에 머무름.해 겨울 우창 황허산(武昌 黄鹤山)에 안원루가 건립되어 강기는 친구 유거비(刘去非)와 함께 낙성식에 참여하기 위해 여행을 하며 이 사를 씀. 10년 뒤  한양 강변에 살던 친구가 어떤 기녀의 이 노래를 듣고 옛날 일이 떠올라 이 사가 생긴 경위를 이야기해 주었는데 강기가 이 소식을 듣고 감개무량하여 서문을 더하게 됨.